중국에서 온 현주
중국에서 온 현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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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류 시 호 <음성 대소초>

"선생님, 우리 현주(가명) 오늘 미술 준비물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서 못 보냈는데 어쩌면 좋지요"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현주 엄마의 목소리에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준비해서 현주 미술수업 시킬테니 걱정 마시고 일 열심히 하세요" 하고 끊고 나니 지난 신학기를 시작하며 중국에서 전학 온 현주가 내앞에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개학하던 날 아침 평범한 옷을 입은 자모와 여자애가 교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하는 말이 "우리 현주 중국에서 지난달 한국에 와서 한국 생활이 서투니 잘 부탁한다"하니 어리둥절했다.

수업 시간에 현주를 각별히 살피며 수업을 하는데, 발표도 잘 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니 담임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우리반 아이들한테 "현주는 한국생활이 좀 생소할 터니 여러분이 잘 도와주라"고 한 후 "현주는 중국어를 잘해 여러분에게 중국말도 가르쳐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현주의 아빠는 중국 조선족이고 엄마는 새터민으로 이렇게 현주네처럼 다문화 가족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다. 우선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급식비와 방과 후 학교 수업료 면제 신청을 했다.

현주는 중국에서 한국학교를 다녀서 국어, 수학 등 학과목은 잘 하는데 컴퓨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먼저 컴퓨터부터 수강하도록 방과후 컴퓨터 교실에 부탁을 하고 현주를 보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새터민 학생 지도연수가 있기에 우리반 현주를 이해하며 잘 지도하려고 연수를 받았다.

최근 몇년 사이 우리나라에 1만3000여명의 새터민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꾸몄고, 그중에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이 1000여 명이 된다고 한다.

새터민 연수를 받고 보니 우리 반 현주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중국에서 공부했기에 보통 한국에 오기 전 제3국에서 2∼3년간 제때에 수업을 못한 새터민 아이들과는 다르지만 그들의 가족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따뜻하게 표시 안나게 지도할까를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성격장애의 어린이도 있고돌발적이고 통제력이 상실돼 예측할 수 없는 어린이도 있다. 또한 편부모 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조부모한테 맡겨 자라는 아이들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어울리지 못해 왕따 당하는 것 때문에 담임들이 인성교육 차원에서 주시하고들 있다.

현주는 상황이 다른 중국에서 전학 왔지만 왕따나 어울림에 문제가 없기에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지천명에 살면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제자들이 있고 그들을 멋지게 가르쳐서 훗날 나를 기억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또한 어렵게 자유를 찾아 고국에 정착한 현주를 가르치게 되어 보람도 더 가지게 됐고 현주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터민 아이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 아이들도 모두 같은 한국인이다. 우리 모두 방치하지 말고 보듬어주면서 그들의 가슴에 지닌 아픈 흔적을 지워주고 동등한 청소년으로 잘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주변에 평범하다고 방심하는 우리의 가정도 언제 어려움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데 모든 국민들이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열어야겠다.

또한 자라나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지금의 행복을 알도록 깨쳐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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