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143>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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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영화처럼 일렁이는 아드리아海의 물결

어제 밤길에서 만난 한국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리도 섬으로 가기로 했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섬들과 궁전과 성당들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루정도가 더 필요했지만 한국에서 가능한 빠른 귀국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겨 훗날 이 도시를 다시 한 번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베네치아

동서양 문화가 만나고 보스퍼러스 해협을 끼고 유람선을 타고 보는 이스탄불처럼 베네치아는 매력 있는 도시이다.

파리의 쎄느강을 유람하면서 보는 파리의 전경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지상의 또 다른 형태의 도시이다. 도시의 개념과 통념이 송두리 체 바뀌는 풍경과 아름다움은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일 만큼 매력 있는 베네치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자태이다.

선상으로나마 도시의 모습과 건축물들을 음미하며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밖에 없었다.

12시경 리도섬으로 출발했다. 물가에 떠 있는 도시의 건물들을 지나며 중세의 어느 도시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에 젖게 한다.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도시 한 가운데 섬과 건물이 떠 있는 풍경은 베네치아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전경이다. 뱃길로 35분 정도 걸려 리도섬에 도착했다.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지역으로 물어서 찾아갔다. 해변 가의 여러 개의 건물들에선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한국관을 찾았으나 어제 밤 만난 젊은 영화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일한다는 작업실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고 상영관이나 작업실들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서 그런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파라솔 아래 간이 음식점에서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먹으며 베니스 영화제의 분위기만 보고 가기로 하였다.

낯익은 한국 배우 몇 사람만 먼발치에서 보고 해변 가로 향했다. 상영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리도 해변가따라 펼쳐진 넓은 백사장

베네치아에 들렸을 때 베니스 영화제와 겹치는 일은 흔치 않기에 영화제의 분위기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영화제의 유명세 때문에 간밤엔 베네치아의 노숙자가 되어 토막잠을 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리도의 해변가엔 넓은 백사장이 해안가를 따라 펼쳐졌다. 백사장 위엔 그림 같은 방갈로 들이 가지런히 열병하듯 늘어서 있다.

뜨거운 햇살아래 인형 같은 방갈로들이 정교한 사진처럼 박제되어 미동도 않고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방갈로의 군락 사이로 시멘트로 만든 인도가 바닷가로 뻗어있고 사각 링처럼 만든 낮은 전망대가 바다위에 떠 있다.


바다위 떠 있는 사각의 낮은 전망대

이곳에서 신발을 벗고 잠시 아드리아해의 잔잔한 물결을 굽어보았다. 먼 바다에 떠 있는 화물선과 리도 섬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어우러져 비밀의 정원에 숨겨 논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모습이다. 수영복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지그시 눈을 감아 보았다. 깊고 그윽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방파제에 몸을 누이고 폐부 깊숙이 리도의 바다바람을 들이마셨다. 오랜 만에 맛보는 호젓한 평화로움이다. 그리스의 스페이셔스섬에서 느꼈던 에게해의 눈부신 햇살을 생각나게 한다.

오래 만에 바닷가에서 홀로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촌각의 시간이라도 준 베네치아의 여신에게 감사를 올렸다.


가슴 한켠에 담은 영화제 분위기

비록 한국 젊은이들이 일한다는 데스크는 찾지는 못했지만 베니스 영화제의 분위기만이라도 간직하고 돌아가게 된 것만도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머물며 해변 가에서 멋진 수영솜씨도 보여주고 싶지만 시간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하는 일을 모두 중지하고 이 걸음으로 1년 정도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유혹이 꿈틀대는 것도 사실이다. 걸어서 리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해변 가에 늘어선 소나무 가로수와 영화제 선전 포스터를 보면서 베니스 영화제의 분위기를 조금씩 가슴에 담았다.

리도섬은 국제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국제적인 리도 해수욕장에 발만 담그고 가는 마음으로 베니스 영화제 관람을 대신했다. 아드리아해의 향수를 해변 가에 찍어 놓고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게 되었다. 마리 아드리아티코 여객선을 타고 배에 올랐을 때 나는 아드리아 해의 푸른 물결을 보며 다시 베네치아에 올 것을 기약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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