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 문백전선 이상있다
28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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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2>
글 리징 이 상 훈

"여보, 어서 저 톱을 가져와서 나뭇가지를 잘라내요"

그러나 염치는 지금 자신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걸 곧 깨달았다. 평소 부부 잠자리에서 몸집이 큰 아내로부터 고맙다거나 칭찬해주는 소리라곤 도통 들어본 적이 없는 염치였다.

'좀 더 성의를 가지고 해봐요. 아니, 겨우 요렇게 밖에 못해줘요 나 참! 나 같은 여자니까 그냥 꾹 참고서 살아주는 거지 아마 딴 여자 같았으면 귀싸대기를 때려줘도 한참 때려줬을 거예요. 어휴! 차라리 내가 토끼를 데리고 사는 게 낫지.'

아내는 이렇게 뭘 하는 도중 내내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만 골라서 떠들어대니 자기 딴엔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줄로 알고 있는 염치로서는 자연히 주눅이 들고 흥이 깨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이토록 심한 성적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아예 원하지 말든가 아니면 뭔가 개선시켜 줄 노력을 해줘야 할 것이지 그저 잠자리에 들었다하면 그걸 원하고 또 원하기만 하니 염치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었다. 간혹 염치는, 혹시 아내가 잠자리에서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남편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말을 자주 떠듦으로서 또 다른 성적 만족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나 어쨌든 염치의 입장으로서는 아내와의 잠자리가 겁이 나고 두렵기만 할 따름이었다.

'뭘 한 번 하더라도 제발 내가 핀잔이나 듣지 않았으면 참 좋겠어. 그래도 지금은 때가 때이니만큼 내게 함부로 험한 말은 지껄이지 않겠지.'

염치는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본의 아니게 목석처럼 딱딱하게 서있는 아내의 치마를 가만히 들쳐 올렸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뭘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아내의 입에선 기대했던 신음소리는커녕 평소 구박하던 그 말투가 또다시 재생되었다.

"아니, 뭐예요 제대로 한 것도 없이 벌써부터 숨소리를 깔딱거리고 있으니."

"여보! 그럼 당신 지금 아무런 감흥조차도 느끼지 못한단 말이요"

염치가 거칠게 숨을 팍팍 몰아 내쉬며 아내에게 물었다.

"어머머! 나 참 기가 막혀서. 아니, 감흥이 날 게 따로 있지 여자 대문만 잔뜩 어지럽혀 놓은 주제에 뭘 기대하기는. 휴! 사실 내 꿈이 너무 야무졌지.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가면 혹시 안 샐 수도 있겠거니 하고 기대를 했지만 이건 전혀 아니잖아"

염치 아내가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면서 몹시 실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당신 지금 몸에 땀도 나지 않아요"

"아니, 기분이 이런 개떡 같은 판에 땀이 나긴 왜 나요 어머머! 저, 저게 뭐예요"

갑자기 염치 아내가 뭘 보고 놀란 듯 턱짓을 해대며 크게 외쳤다. 아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린 염치 역시 흠칫 놀라고 말았다. 바로 그곳에는 적당한 크기의 톱 한 자루가 덩그러니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저게 왜 저기에 있지"

"여보! 뭘 해요 저걸 냉큼 가지고 와서 나뭇가지 밑동들을 잘라내야지."

염치는 얼른 달려가 그 톱을 갖고 와서 아내의 몸에 꼭 끼어있는 나뭇가지들을 밑동부터 조심스럽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아내 몸을 꼼짝 못하게 구속하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모두 제거되었다.

"여보! 어때 이제 시원하지"

염치가 이마에 줄줄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자기 딴엔 자랑하듯이 물었다. 그러나 염치 아내는 별안간 두 눈에 쌍심지를 켜더니 염치의 멱살을 덥석 잡아 쥐며 크게 외쳤다.

"요놈! 네 놈이 정말로 나 몰래 오입을 그렇게 잘했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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