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충남 예산 용궁리 백송 천연기념물 제106호
14. 충남 예산 용궁리 백송 천연기념물 제106호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8.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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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흰빛을 뿜어내는 천연기념물 106호 예산 용궁리 백송(가운데)과 푸른빛의 나무들이 대조를 이룬다.
선비의 도도함 닮은 흰빛 소나무

연숙자기자·생태교육연구소 터

흰빛을 띤 소나무로 백송 또는 백골송(白骨松)이라고 부른다. 예산의 백송은 약 2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4.5m, 가슴높이 둘레 4.77m이다.

추사 김정희와의 인연으로 이곳에 자리 잡은 나무는 심한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도도한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추사 김정희, 중국 청나라서 종자 숨겨와 심어

수령 200년 추정… 세갈래 가지중 1개만 남아


나무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말없이 서 있지만 한 사람의 궤적을 품고 지나온 나무의 시간에서 배경처럼 드리운 맑은 눈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예산 용궁리 백송이 그런 나무 중 하나다. 추사 김정희 선생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자란 이 나무치고 200년이란 길지 않은 역사성에서 추사의 체취가 풍겨나온다.

우리나라 시·서·화의 대가 추사 김정희와 천연기념물 백송과의 만남은 어찌 시작되었을까. 인연의 고리를 찾아 예산으로 탐방을 떠났다.

예산 백송은 추사 고택에서 약 600미터 떨어진 추사의 고조부 김흥경 선조의 묘 앞에 서 있다.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묘 앞에 홀로 서 있는 나무는 멀리서 보아도 가냘픈 여인의 모습이다. 수형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아픔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현실로 다가온다.
▲ 수술한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밑둥 모습.

마치 양손이 잘려나간 듯한 두 줄기 밑동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덕지덕지 수술한 흔적이 적나라하다.

그 사이로 남은 한 줄기가 큰 기둥처럼 하늘을 받치고 있다. 밑에서 세 갈래로 갈라진 가지가 두 개는 죽고 한 가지만 남아 빈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흰빛을 뿜어내는 줄기에서 이내 조선 선비의 도도함과 맞닥뜨린다.

흰빛과 초록이 조화를 이루다 뚝뚝 떨어져 나간 수피의 흔적은 어려움도 견디고 이겨내는 강인한 의지와 거친 남성적 힘이 느껴진다.

전혀다른 이면을 지닌 백송이 이곳에 자리 잡게 된 유래에 대해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중국 청나라 연경에 갔다 돌아올 때 백송의 종자를 필통에 넣어가지고 와서 고조부 김흥경의 묘 옆에 심었던 것'이라고 전해진다.

목화를 가져온 문익점과 비슷한 경로로 추사와 인연을 맺었지만, 백송은 이보다 앞서 추사 선생의 가문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선생의 증조부 김한신은 영조의 둘째딸 화순옹주와 결혼하게 되는데 딸을 극진히 여긴 왕은 궁궐 주변에 월성위궁을 지어주며 자신이 아끼던 백송을 하사했다고 한다.
추사고택 내부

추사는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며 신비한 광채를 지닌 백송을 보며 자랐던 것이다. 이러저러한 내력으로 나무는 추사 가문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린 듯 도도한 백송에서 추사와의 첫 만남을 가진 뒤 추사 고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사 고택은 본래 53칸으로 지어졌으나 지금은 20여 칸만이 남아 있다.

단정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주는 고택에는 추사의 대표작인 세한도가 걸려 있다. 진품이 아니라 아쉬움이 있지만 고택으로의 풍경을 어느 곳보다 훌륭하다. 그리고 곳곳에 걸린 글씨는 진한 묵향과 함께 추사의 체취가 묻어난다. 추사 고택 오른편쪽에는 화순옹주 정려문이 있어 대대로 이어온 김씨 가문의 내력이 백송과 함께 눈으로 읽혀진다.
추사고택 정면 모습

추사고택과 백송을 잇는 거리는 인연의 연결고리처럼 길다랗게 이어져 있다. 비록 말없는 나무와 맺은 추사의 인연이지만 스스로 빚어내는 고고한 빛의 만남은 시공을 뛰어넘어 보는이의 마음까지 물들였다.

◈ 생육조건 까다로워 희소성 커

중국서만 자생하는 백송


왕이 하사할 만큼 귀한 소나무 백송은 조선시대 궁궐이나 양반가, 절 등에서 선호했다.

중국에만 자생해 중국을 왕래하던 조선사신들이 가져와 정원수로 심었지만 자라는 성장도 더디고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예나 지금이나 넓은 분포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대부분 백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백송은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흰빛을 지녀 주목받는다.

나무가 어릴 때는 푸르스름한 잿빛이나 자라면서 점차 큰 비늘조각처럼 벗겨진다.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도 예산의 백송은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후계목을 키우고 있지만 노거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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