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문백전선 이상있다
28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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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1>
글 리징 이 상 훈

"여보, 너무 답답하니 빨리 밧줄을 풀어줘요"

"잠깐 기다려 봐요."

염치는 밧줄로 단단히 묶인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간신히 손 하나를 밖으로 빼내었다. 일단 손 하나가 자유로워지자 묶여있던 다른 한 손을 염치는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그나마 내 손이 작은 게 다행이로구만. 내 손이 조금만 더 컸어도 곤란할 뻔 했겠어.'

염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머지 밧줄도 모두 풀어내고는 아내에게 급히 다가갔다.

"빨리 풀어줘요! 답답해 미치겠어요!"

"알았소."

그러나 염치는 아내의 커다란 몸이 나뭇가지 사이에 빈틈없이 꼭 끼어있음을 보고 난감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염치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가 몹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여보! 어떻게 몸을 힘껏 비틀어서라도 빠져나와 봐요. 내 키가 모자라 당신이 묶여있는 손목 부근에까지 도저히 손을 갖다 댈 수가 없소!"

"그럼 돌멩이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해보세요."

"어허! 지금 이런 곳에 내 힘으로 집어들만 한 돌멩이가 어디 있소 그리고 내 손이 당신 손에 와 닿았다 치더라도 단단히 묶인 밧줄을 내가 무슨 수로 풀어낸 단 말이요 그러니 당신이 힘을 내어 나뭇가지 사이에 꼭 끼여 있는 몸을 밖으로 빼 내봐요."

"어머머! 내가 내 힘으로 여기서 빠져나갈 수가 있었으면 진작 빠져나갔지 왜 당신 같은 사람에게 부탁을 하겠어요 자, 보세요! 제가 이렇게 온갖 용을 다 헛봐도 안 되잖아요"

염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 딴엔 혼신의 힘을 다 주어 온몸을 흔들어댔다. 정말로 아닌 게 아니라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기만 할 뿐 그 틈 사이에 옥죄어져 있다시피 한 그녀의 몸 상태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허어! 이걸 어쩐다 나뭇가지를 다만 얼마라도 좀 잘라내면 좋으련만 연장이 없으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하다못해 당신이 지금 땀이라도 흠뻑 흘려서 몸이 미끌미끌해진다면 빠지기가 좀 수월할 텐데. 아 참! 여보! 우리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떻겠소"

염치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묘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며 아내의 크고 넓적한 얼굴을 빤히 올려 쳐다보았다.

"대체 뭐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으으응 어머머! 그 그건 좀."

염치 아내는 남편의 표정에서 뭔가를 금방 알아차린 듯 부끄러움에 얼굴을 온통 새빨갛게 물들였다.

"어때요 여보! 우린 부부인데. 게다가 지금 이곳에는 아무도 없지 않소"

염치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휘휘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아이, 참! 망측하게. 하지만 제가 아예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몸에 땀을 흘리기 위해서는 그러는 수밖에 더 있나요"

염치 아내는 체념한 듯 두 눈을 스르륵 감았다.

"여보! 그럼, 살기 위해 적극 협조해 주기 바라오."

염치는 이렇게 말하더니 입고 있던 바지를 훌떡 까 내렸다.

"아 참! 이건 확실하게 아셔야해요. 이런 짓 제가 좋아서 허락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요."

염치 아내가 감고 있던 두 눈을 갑자기 번쩍 뜨며 다짐을 주듯이 말했다.

"알았소. 여보! 가급적 빨리 끝내겠소."

염치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며 마치 조그만 다람쥐가 고목 위로 오르듯 커다란 자기 아내 몸에 착 달라붙어가지고 살살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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