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 문백전선 이상있다
282.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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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97>
글 리징 이 상 훈

"저렇게 좁고 험한 산길을 걸어갈 순 없어요"

염치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보다 한 자(30센티) 정도는 더 큰 아내를 빤히 올려 쳐다보았다.

"어머머! 그럼 저보고 저 험한 산길을 걸어 가란 말이에요"

염치 아내가 도무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염치를 매섭게 노려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오 저런 좁고 험한 산길에는 마차가 지나갈 수 없으니 몹시 힘들긴 하겠지만 두 다리로 걸어서 지나갈 수밖에."

"그건 안돼요! 당신같이 조막만한 사람이나 저런 좁고 험한 곳을 요리조리 피해서 지나갈 수 있는 것이지 나 같이 무지꿍하게 큰 여자가 어떻게 감히 지나갈 수 있겠어요 저런 데를 억지로 지나가려다간 내 몸무게에 견디지 못해 산길이 당장 무너지고 말 거예요. 그러니 어서 빨리 다른 길로 찾아 갈 궁리를 해보세요."

염치 아내는 그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진저리를 치듯 온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말했다.

"어허! 저 길이 가장 안전하다니까. 다른 길로 가다가는 국경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당장 들키고 말아요. 당신도 알지 않소 병천국을 함부로 몰래 빠져나가려다가 붙잡힌 사람들은 이유 불문하고 시장거리 한복판에 끌려가 사지를 뜯기는 고통을 당하며 죽게 된다는 걸."

"하지만 저런 위험천만한 곳을 억지로 지나치려다가 자칫 발이라도 잘못 디딘다면 어떻게 해요 죽을 위험을 무릅써가며 힘들게 가다 죽느니 차라리 안전한 길을 택해서 편하게 가다가 재수 없으면 그냥 잡혀 죽는 것이 훨씬 더 낫지요."

"그, 그럼. 당신은 저 길로 가지 않겠다는 거요"

"그래요. 저는 사람이 사람답게 마차를 타고 가다가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고요."

염치 아내는 이렇게 다시 말하며 보다 확실한 각오라도 보여주려는 듯 두 팔짱을 껴보였다.

"허허. 이거야 원!"

염치는 아내의 이런 엉뚱한 고집에 크게 난감해 진 듯 빈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러나 염치 역시 산을 타는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가 체력과 용기도 뒷받침되지 않고 있으니 굳이 무리를 하고 고집을 부려가며 저런 위험한 산길을 지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으음. 좋소! 그럼 마차가 다닐 수 있을만한 다른 길로 갑시다. 그러나 각오는 해야 하오."

"알았어요.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된다면 제가 모두 책임지겠어요."

염치 부부는 이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마차에 다시 올라탔다. 그러나 염치가 마차를 몰아 다른 쪽 방향의 길로 달려 나가려는데, 갑자기 집채만큼이나 커다란 나무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져서 그 앞을 딱 가로막아 버렸다.

"아아앗!"

염치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마차를 급히 세웠다.

바로 이때, 숲속에서 위장(僞裝)한 일단의 병사들이 날카로운 창칼을 겨눈 채 우르르 튀어나와 염치가 탄 마차 주위를 그대로 에워싸 버렸다.

"아이고, 여보! 그러기에 내가 뭐랬소 이제 우린 꼼짝없이 죽게 되었소이다!"

완전히 사색이 된 염치가 와들와들 떨면서 역시 겁에 바짝 질려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염치! 자네 어디를 가려고 하는가"

사람의 귀청을 대번에 찢어놓을 듯 아주 크고 우렁찬 목소리가 염치의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 그것은 염치에게 퍽이나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아! 목천!"

완전히 죽을상을 짓고 있던 염치의 얼굴 위에 갑자기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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