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거침없는 도전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거침없는 도전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8.14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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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충북수영대표 박계명씨
패러글라이딩 추락사고로 척추 손상

좌절딛고 재활치료로 혼자걷기 성공

2006년 체전 출전… 올해 3관왕 목표


박계명씨(37)에게 2002년 5월26일은 기억조차 두려운 시간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박씨는 동호회원들과 함께 패러글라이딩에 나섰다가 조난당한 여성을 구출하고 자신은 회오리바람에 날개가 꺾이며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착지과정에서 하체부터 떨어져 척추가 크게 손상된 박씨는 서울 혜민병원에서 7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지만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 3급이란 날벼락같은 현실과 대면해야 했다.

추락 당시 "이젠 끝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까마득해졌다"는 그는 수술 후 40일간 꼼짝없이 병원에서 지내다 "별 차도 없으니 퇴원하라"는 선고에 반강제로 고향인 음성으로 내려와야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상태로 퇴원해 친구들이 들어서 집으로 옮겼어요. 당시 아버지도 신장수술을 받는 등 우환이 겹쳐 도와줄 형편도 못되었고, 주변에선 일어 설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어요. 당시 느낀 좌절과 절망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재활치료에 들어간 그는 3개월만에 벽잡고 일어섰고 2년만에 지팡이잡고 혼자 걷는 데 성공했다. 걷지 못할 거란 예상을 깨고 스스로 일어서기까지 피나는 재활의 시간은 눈물로 삭혀야 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의 장애도 그가 이겨내야 할 또 다른 장애였다.

"어느날 TV를 보다 문득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조차 부담스로워 밖에 나가지도 않는 내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이러다 더 힘들어지겠구나 싶어 밖으로 나가자고 맘 먹었어요. 집안 누구도 나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일어서야 했어요."

일어서야겠다는 생각과 의지로 재활치료를 시작한 것이 수영이었다. 사고 이전에도 스킨스쿠버, 격투기, 산행 등을 좋아하는 만능스포츠맨인 그였기에 수영은 재활을 겸한 취미생활이 되었다. 그리고 2006년 장애인 충북수영대표로 선발되는 기쁨을 누리며 희망이 느껴졌다.

"2006년 처음으로 장애인 충북수영대표로 선발되어 전국체전에 출전했어요. 당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따고 2007년에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땄어요. 올해는 3개 부문에 전관왕을 목표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수영을 통해 자신의 삶은 물론 충북 수영의 역사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더 넓은 세계로의 유영을 꿈꾼다. 지난달 말에는 300명의 일반인이 참여해 열린 바다수영대회에서 당당히 5등을 차지하며 장애를 딛고 일어섰다. 한때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꿈꾸기도 했지만 꿈으로 남긴 채 고향인 음성에서 수영연맹 전무를 맡으며 수영보급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4월부터 한국도로공사 음성영업소에 근무를 시작하며 안정적인 생활의 기틀도 마련했다.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는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의 삶을 겪으며 오히려 삶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아직도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장애인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가하면 장애인들 역시 사회적 구조로 인해 신체적 장애에다 마음의 장애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다치고 찾은 인생을 저처럼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몸도 마음도 장애의 그늘을 훌훌털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박계명씨. 서른살에 쓰여진 그의 비망록은 어둡지만은 않다. 패러글라이딩은 지금도 하고 싶은 운동이라는 그를 보며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도전정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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