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여유와 풍요로움
자연이 주는 여유와 풍요로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0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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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한 금 택 <청원 미원초>

매일 아침 학교에 도착해 차 창문을 열면 화단에 심어놓은 봉숭아, 접시꽃, 비비추, 채송화 꽃들이 나의 발길을 붙잡는다.

"야, 오늘은 봉숭아꽃이 활짝 피었네" 이렇게 꽃들을 감상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발걸음이 무척 가볍고 행복하다. 교실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무척 따뜻하고 여유롭다.

오늘도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학교 텃밭에서 가꾼 싱싱한 상추와 풋고추가 맛있는 양념장과 같이 점심 메뉴에 한가득 차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봄 아이들과 같이 학교 실습지에 상추, 쑥갓, 오이, 고추 등 온갖 채소들을 심고 물을 주며 가꾼 덕분에 요즈음 점심시간에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다.

1학년짜리 범수가 커다란 고추 한 개를 양념장에 찍어 한 잎 푹 깨물자 맵다고 안 먹겠다던 가람이도 "선생님 저도 한번 먹어 볼래요"하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올 봄 청주에서 전학 온 준탁이는 처음에는 채소를 싫어해 점심시간만 되면 상을 찡그리고 천장만 쳐다보더니 요즈음에는 상추쌈에 맛을 들여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집에까지 싸들고 가는 상추 마니아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실습지에 심은 감자를 캐며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였고, 캔 감자를 삶아서 전교생이 마주앉아 맛있게 먹으며 마냥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흐뭇해졌다.

얼마 전 TV에서 뇌에 좋은 음식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과 기름진 음식들은 언젠가 우리의 건강과 정신을 황폐화 시키고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렸을 때부터 제철에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은 어린이들은 뇌가 건강해지고 집중력도 좋아지며, 성격도 온순해 진다는 이야기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삼 고개가 끄덕여졌다.

농촌 인구의 감소, 노령화 등 사회 현상과 맞물려 내가 근무하는 이곳 금관 분교도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언제 학교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현실에서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고도 몇군데 학원을 전전하는 도시의 아이들보다 수학문제 풀기, 영어 단어 몇개 외우는 것은 뒤질지언정 자연이 주는 성실함과 풍요로움, 여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런 어린이들이 우리의 밝은 미래이며 건강한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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