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 문백전선 이상있다
27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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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85>
글 리징 이 상 훈

설마하니 저걸로 국 끓여먹을 건 아닐테고 …"

"대정! 자네 취했는가 갑자기 옷은 왜 벗어"

장산이 깜짝 놀라며 대정에게 물었다.

"날보고 취했냐고 으응, 그렇지. 독한 술을 마셨는데 내가 취하지 않을 수 없지. 하지만 난 취했건 안 취했건 지금 당장 해야만 할 일이 있어.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 있다고."

대정은 이렇게 말하며 계속 옷을 벗어나갔다.

"설마하니 더워서 옷을 벗는 게 해야만 할 일은 아닐 테고. 자네 대체 왜 이러는가"

"장산! 냉정히 한 번 생각해 보게나. 기껏 여기까지 찾아와서 술만 달랑 마시고 돌아간다면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죽은 내 아내일지라도 이렇게 손해만 보고 돌아가는 건 용납지 않을 걸세. 기왕에 왔으니 최소한 본전 정도는 확실하게 뽑고 갈 생각을 해야지. 장산! 자네도 나처럼 옷을 훌훌 벗어던지게. 내 오늘 장산 자네의 몸과 마음이 동시에 황홀해지도록 책임져 주겠네."

"하, 하지만 …."

장산은 대정의 이런 제의에 귀가 솔깃해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주위에 켜진 촛불과 등불들이 앞사람의 얼굴 주름까지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너무 환하게 밝혀있는지라 장산은 체면상 주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산! 뭘 그리 꾸물거리나 어서 빨리 나 같은 꼴로 되어주게나."

어느새 홀라당 알몸이 되어있는 대정이 장산을 심하게 재촉해댔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이것은 남자가 겪어야할 시련이요 숙명 같은 것일지니 ….'

장산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해야하는 것처럼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고 있던 옷가지들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러자 이곳 술집 여주인으로 보이는 60대 초반의 키 작은 여자가 생글생글 눈웃음을 쳐가며 완전 알몸이 된 이들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이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기 시작했다.

"아앗! 거기에는 …."

장산이 당황해서 외치자 그녀는 장산의 윗도리에 감춰놓은 은전들을 몽땅 다 꺼내서 던져주며 톡 쏘아붙이듯 장산에게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셔! 우린 이런 푼돈 따위는 관심 밖이니까."

두 사람의 옷을 몽땅 챙겨든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로 돌아서더니 주방으로 곧장 그걸 가져갔다.

"아니, 저 여자가 왜 우리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가져가는 거야 설마하니 저걸로 국 끓여먹을 건 아닐 테고."

장산이 몹시 불쾌하고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정에게 물었다.

"가만히 좀 있어보게나. 이제 곧 볼만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니."

대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단 치마저고리로 곱게 차려입은 처녀 하나가 보따리 두개를 두손으로 받쳐 들고는 나긋나긋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대정과 장산 앞에 그것을 살며시 내려놓고 돌아갔다. 대정은 그 보따리 중 한개를 조심스럽게 끄르기 시작했다.

"대정! 대체 그게 뭔가"

장산은 대정이 펼친 보따리 안에서 나온 내용물을 보고 참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허! 장산! 자네가 두 눈으로 직접 쳐다보고 나서도 이걸 모르겠나 아랫도리가 허전한 자들이 입는 옷 아닌가"

대정은 이렇게 대답해 주고는 보따리에서 나온 치마저고리를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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