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밥상을 지키자
우리의 밥상을 지키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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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신 건 준 <한살림충주제천 사무국장>

언제부터인가 밥을 대신해 인스턴트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유전자 조작 식품(GMO), 광우병 쇠고기, 식품화학첨가물 문제에서 식량위기까지 먹을거리와 관련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농경지는 줄어들고 땅은 황폐화 되어가고,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가고 있다. 개발과 발전으로 포장한 불도저가, 떠나간 농민들을 대신해 농촌 구석구석까지 그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고 있다.

개발, 산업화, 경제성장, 세계화라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가치가 사라졌고, 위협받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이 불과 5%도 안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성장만의 가치가 전면에 내세워지는 현실에 의심을 해야 한다.

과거 우리 어르신들은 모자라는 밥상을 채우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요즘 한국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누가 뭐래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으로 위협받는 식탁안전 문제일 것이다. 미국에 국민식탁안전과 검역주권까지 내준 협상결과는 우리 위정자들이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관념을 맹목적으로 신봉한 결과다. 그들의 눈에는 먹을거리라는 산업적 가치가 그다지 크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국내 한우농가들이 협상타결로 눈물을 쏟고 비통해 하고 있을 때 그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미국 땅에서 손뼉치며 좋다고 했던 것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는 고유가로 인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산업구조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며, 석유문명사회의 종말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대체할 대안문명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지금 한국사회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식탁안전문제와 함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국제곡물 값으로 나타나고 있는 식량위기의 문제까지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밥상(식량)은 75% 이상이(우리나라 자급률은 현재 쌀을 포함 25%에 미치지 못함) 외국에서 조달된 것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우려하듯 식탁안전도 보장받기 어려운 것들이다. 쌀이 이미 개방되었고 FTA가 체결될 경우 이런 밥상주권이 더욱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는 것을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 밥상을 다른 이에게 맡긴다는 것은 곧 우리의 생명을 그들에게 맡기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인들의 식사에서 주식이 되는 밥. 우리 선조들은 밥은 하늘이라 했고 쌀 한톨도 소중히 여겼다. 지금도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표현으로 '밥벌이 한다'라고 하지 않던가. 쌀 한 톨 한 톨에는 우주와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 쌀미(米)자에는 열십(十)자 위아래 여덟 팔(八)이 합쳐져 88번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농부의 손길이 88번 간다는 쌀 한 톨의 의미라 하는데 그 의미를 잘 되새겨 볼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생명줄인 밥(농업)이 거룩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가치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가정책에까지 반영되고 확고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때만이 밥줄을 놓치거나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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