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4>
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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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도교육위원의 선진교육모델 북유럽 여정
스웨덴 푸투룸 학교의 21세기형 교육

헬싱키발 유람선(실야라인)으로 밤새 발트해를 건너 스톡홀름에 내린 날 아침 곧바로 시 근교 발스타(baalsta)란 곳으로 향했다. 미래형 학교인 '푸투룸(Futurum)'이 있는 곳.

전세코치(버스)를 타고 주마간산하듯 스톡홀름 중심가를 지나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 사이로 40여분 달려갔을까. 구릉 너머로 박람회 부스처럼 생긴 건물들이 보였다. 그 학교란다.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너른 교정을 바라보며 차를 내리니 털털한 인상의 중년 신사가 우리를 맞는다.

학교 홍보담당교사 한스 알레니우스(Hans Ahlenius)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출입문을 들어서자 비닐덧신이 나눠진다. 실내화 대용품이다. 구두위에 그것을 덧신고 현관의 학교 전경사진 앞에서 브리핑을 들었다.

'푸투룸'은 6세부터 16세까지의 학생들이 다니는 '기초학교(우리의 초·중과정)'다.

스웨덴 학교들이 대부분 국가교육과정을 기초로 학교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하지만 푸투룸은 특히 독특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2000년 개교 이래 교명(Futurum 미래)처럼 줄곧 '21세기형 교육'을 추구해 왔다.

가장 큰 특징은 수업의 경계와 틀을 깬 점이다. 이 학교의 수업은 시간과 장소, 학년의 구분이 없다.

공부하는 자리가 따로 있지 않고, 교과목도 교과서도 수업시간도 저마다 다르다.

특히 학년은 있지만 교육과정상의 구분이 아니어서 10살 터울의 아이들이 서로 섞여 공부한다.

대신 전교생을 160명씩 6개의 팀으로 나눠 상징색을 부여하고 학교생활의 기본 단위로 삼는다. 건물도 그 색깔로 도색해 '학교내 학교'처럼 구분되는데 그 편성은 재학 중 바뀌지 않는다.

수업은 거의 자기주도학습으로 이뤄지는데 테마학습이나 프로젝트학습 시에는 10명 안팎의 소그룹이 학습 단위가 되기도 한다.

교사들은 팀당 16명씩 고정 배치되어 개별지도나 팀티칭을 한다. 교사들도 이동이 없으니 학생들을 재학기간 내내 지켜보는 셈이다.

등교는 각자의 생활리듬에 따라 여유 있게 할 수 있도록 8시부터 9시까지 '시차등교(flex-time)제'를 실시한다. 그 시간에 당일 학습계획(logbook)을 세워 교사(mentor)에게 점검 받는다.

9시에 일과가 시작되면 각자 개별학습을 하고 점심 전 필히 그룹별 독서시간을 갖는다. 오후엔 주로 소그룹 단위 프로젝트 학습을 하며, 끝나는 시간은 각자 사정에 따라 신축적이다.

브리핑을 듣고 나서 학교시설을 둘러보았다. 모든 시설의 구조나 배치 등에는 교육공학적인 배려가 엿보이고 자재들도 최고급이다. 아이들의 책·걸상이나 비품들도 용도별로 다양하고 디자인도 세련돼 보인다. 6대주를 상징한 인테리어와 자연채광을 한 교실이 있는가 하면, 목공실·의상실·소품실·녹음실 등 다채로운 특별실에 학생용 바(Bar)도 있었다. '여가센터'에는 '레저리더'가 상주하며 노는 법까지 가르쳐 준단다.

교무실은 학생들의 과제물과 교사들의 수업자료로 빼곡하고, 음악 레슨실엔 지자체에서 파견된 지도사가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

참관해본 수업은 마침 다음날의 '학년말축제'를 준비하는 활동들이었다. 지난 한달 테마학습으로 탐구해온 중국에 관한 학습물들이 곳곳에 널려있고 촌극이나 용춤을 연습하는 소그룹도 있었다.

학교를 둘러보는 동안 여기도 역시 물 한잔 없고 300유로의 방문비까지 예외 없이 받았지만, 북유럽식 사고로는 백번 지당한 일일 터였다.

우리는 '외빈'이 아니라 '시찰·견학단'이고, 수업료는 배운 만큼 의당 내는 게 마땅한 것인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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