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박대천에서 청천천으로
<11> 박대천에서 청천천으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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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의 숨결

◈ 달래강과 청천 뒤뜰숲 청천 뒤뜰숲은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야영장숲(오리숲내 소나무숲)과 청원 미원의 금관숲과 더불어 '달래강 3대숲'이라 부를 만큼 명성이 자자한 청천지역의 명소다.

강 사이에 두고 무릉리-도원리 나란히 위치

긴가뭄 끝 장마로 하천·농경지 일시 해갈
청천 뒤뜰숲 피서지 각광 지역의 랜드마크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이 상 덕 기자


옥화9경의 마지막 명소인 박대소에서 몸을 풀어헤친 강물이 갑자기 거센 몸부림을 친다. 하룻 밤새 몸집도 수십 배 늘고 물빛도 온통 황톳빛으로 변했다. 7호 태풍 '갈매기'가 몰고온 집중호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순 단 한 차례 비다운 비가 내렸을 뿐 예년에 없던 마른 장마로 겨울철부터 내내 바닥을 드러내던 달래강이 하늘의 조화(造化)로 금새 딴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다.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어쩔 수 없던 긴 가뭄이 자연의 조화로 일시에 해결된 것이다. 해서 달래강 주변 사람들은 이제서야 맘을 놓게됐다.

'큰물'이 지나가지 않아 다슬기와 물고기들이 씨 마를까 걱정하던 어부들도, 연일 타들어가던 농작물을 바라보며 "며칠새 해갈되지 않으면 알갱이가 영글지 않아 곡식 먹긴 다 글렀다"고 애간장 녹이던 농부들도, 숲속까지 메말라 올해도 버섯포자 생기긴 다글렀다고 지레 한숨짓던 송이버섯꾼들도 이젠 모두 두 다리 뻗고 잠자게 됐다. 아니 오히려 국지성 호우가 더 내린다는 예보에 장마 걱정까지 하게 됐으니 하룻밤새 인간의 마음까지 간사하게 만들어 놓았다.

소리까지 요란해진 강물을 따라 박대소 계곡을 나오니 청원군의 끝동네인 쇠바우와 마주친다. 이 마을 앞에 새로 건설된 삼인교 중간이 청원군과 괴산군의 경계다. 다리가 없던 시절 마을주민들은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강 건너 괴산군쪽 마을인 삼인리 사람들이 청원군 지역에 있는 논밭으로 일을 하러 왔다가도 속리산쪽 하늘에 검은 구름만 비치기만 하면 부랴부랴 강을 건너야 했단다. 그렇지 않고 우물쭈물 일욕심을 더 냈다간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발이 묶여 물이 줄 때까지 마냥 생고생을 했단다. 속리산 지역이 워낙 비가 많은 다우지역이라 이 쪽의 '동네 날씨' 갖고는 상류쪽 강우량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는 얘기다.

◈ 모처럼만의 '큰물', 그리고 장관 태풍 '갈매기'가 몰고온 집중호우로 물이 불자 한들보에서 떨어지는 강물이 장관을 이룬다. 넓이 100m가 넘는 보막이에서 동시에 떨어져 한바탕 굽이친 후 하얀 포말을 만들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 아주 볼 만하다.

청천∼용화간 도로가 지나는 강평교 다리 위에서 한들보를 바라보니 이제껏 봐온 다른 보와는 규모가 비교 안 될 만큼 커 보인다. 청천지역에서 가장 넓은 들판을 끼고 있어 한들보라고 했다는 데 그 유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들보를 넘어선 강물은 또 다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이름이 청천지역을 흐른다 해서 붙여진 '청천천'이다. 본래 청천면은 조금전 지나온 삼인교 중간 경계지점부터 시작되나 청천 사람들의 관습상 한들보 바로 아래부터를 청천천이라 부르고 그 위를 박대천이라 부르고 있다.

불어난 물에 한들보에서 떨어지는 강물이 장관을 이룬다. 넓이 100m가 넘는 보막이에서 동시에 떨어져 한바탕 굽이친 후 하얀 포말을 만들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 마치 수문을 닫았다 연 것처럼 일사분란한 게 아주 볼 만하다.

한들보 아래 귀만리로 들어서는 다리는 벌써 물이 목까지 찬 채 물위에 떠 있다. 다릿발은 아예 물에 잠겨 보이질 않는다. 이 다리 바로 아래 오른쪽으로는 속리산 뒤쪽(경북 용화)에서 흘러내려오는 신월천이 합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강폭은 더 넓어지고 강물도 훨씬 많아졌다.

귀만리 앞 다리를 지나 한들(강평들)을 거친 강물은 청천면 소재지 인근으로 흘러들어 환경지킴이 공원 뒤 잠수교서 방향을 동북방향으로 약간 틀어 청천 뒤뜰숲(후평숲)을 스치며 질주한다. 환경지킴이 공원은 이 지역 주민들이 용화지역의 온천개발을 저지한 기념으로 세운 곳으로 달래강 수질과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염원과 의지를 담고 있다.

청천 뒤뜰숲은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야영장숲(오리숲내 소나무숲)과 청원 미원의 금관숲과 더불어 '달래강 3대숲'이라 부를 만큼 명성이 자자한 청천지역의 명소다. 강가 옆으로 펼쳐진 모랫벌 위로 수십∼수백년 된 참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들이 마치 하천가에 펼쳐놓은 파라솔처럼 즐비하게 서있는 모습은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여름 휴가철이면 멋진 경관과 자연숲이 선사하는 시원한 바람, 강수욕, 여울낚시 등을 즐기기 위해 하루평균 수백∼수천명이 찾아왔으나 국가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장기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지금은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청천 뒤뜰숲을 반바퀴 돌며 섬 아닌 섬을 만들어놓은 강물은 이내 방향을 다시 틀어 고성리 고연마을을 향해 줄달음 친다. 청천뒤뜰에서 고연마을까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계곡형 하천으로서 바닥에는 커다란 바위가 수없이 깔려있어 쏘가리,뱀장어,대농갱이 같은 경제성 어종이 많이 서식하나 워낙 인적이 드물어 불법어로가 성행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 고향의 풍경 청천 뒤뜰숲을 지나 계곡이 휘도는 고연마을로 접어드는데 천변에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누런 암소가 평화롭게 되새김을 하면서 낯선 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찻길을 통해 고연마을로 접어드는데 천변에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누런 암소가 평화롭게 되새김을 하면서 낯선 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비가 갠 틈을 타 동네주민이 매놓은 것이다.

고연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물머리를 튼 강물은 고성리 성암 못미쳐 도로변에 커다란 자연보를 형성해 놓은 후 다시 방향을 틀어 도원리를 향한다. 도원리 건너편 신도원은 청안 부흥쪽에서 흘러내리는 압항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이 일대의 금평·신도원·도원(원도원)리 하천변에는 최근 팬션과 민박집이 크게 늘어 이 지역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압항천이 청천천(달래강)으로 흘러드는 신도원리(중리) 합류지점에는 인근 무릉리에서 내려오는 조그만 실개천도 함께 합쳐지는데 그 물빛 만큼이나 동네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강 건너는 도원(원도원)이요, 합수머리가 있는 곳은 신도원, 실개천이 흘러내려오는 곳은 무릉이다. 이들 이름을 합쳐보면 '무릉도원' 아닌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도원경처럼 끝없이 너른 땅과 기름진 논밭, 풍요로운 마을과 뽕나무, 대나무밭은 비록 없더라도 청천천과 인근 산들이 어우러진 이곳 산천경계가 결코 그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 지역 선인들의 혜안을 읽을 수 있다.
◈ 장마철 이색 낚시 비가 내려 달래강에 큰물이 흘러가면 각 다리나 천변에는 상류로 이동하는 눈동자개, 메기, 뱀장어 등을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모여들어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릉리 안쪽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자연을 벗삼아 사는 한 남자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행방을 모른단다. 외지서 들어왔다는 그도 처음에는 이곳 지명을 듣고 나름대로의 '이상향'을 꿈꾸며 들어와 그렇게 살다 바람처럼 어디론가 또 다른 도원경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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