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3>
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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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도교육위원의 선진교육모델 북유럽 여정
세계최고 학력 핀란드 교육의 비결

애초 핀란드에선 학교방문을 계획했으나 핀란드 학교들이 5월말에 여름방학으로 들어가 부득이 핀란드의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교육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국가교육위원회(FNBE)'를 가 보기로 했다·

다른 유럽도시들처럼 헬싱키도 시가지가 수백 년 된 석조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겉모습만으로는 어느 것이 상가인지 관공서인지, 혹은 호텔인지 아파트인지, 심지어는 학교인지조차도 구별이 잘 안 된다· FNBE도 마찬가지여서, 우리 일행이 전세버스를 도로변에 세우고 들어간 건물은 언뜻 보기에 관공서라기보다 무슨 오피스텔 같은 인상이었다·

약속시간이 되자 2명의 관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간단한 인사 후 브리핑실로 가 핀란드 교육 전반에 관한 브리핑을 듣게 되었다· 브리핑실이라야 창문도 없는 골방이었다· 우리 방문단 10여명이 겨우 둘러앉을 정도의 크기에, 집기도 접이식 테이블과 간소한 의자뿐이고, 프리젠테이션도 빔프로젝터를 벽에다 쏘는 수준이었다· 국민소득이 우리의 몇 배가 넘는 나라 국가기관 시설로는 뜻밖이었다·

브리핑을 맡은 라우리 꾸르보넨(Lauri Kurvonen)기술교육 담당관은 바로 전날에도 싱가포르와 일본시찰단이 다녀갔다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핀란드의 자연환경과 역사, 그리고 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소개가 있고 나서 질의응답을 나눴다·

'태아에서 무덤까지' 교육이 국가책임인 것은 북유럽 나라들이 다 그렇지만, 핀란드는 특히 교육투자 비율이 가장 높고 지자체들도 예산배정에서 교육을 최우선으로 한다·

기본 학제는 9년제 종합학교와 3년제 고등학교, 그 후의 대학 및 폴리테크닉(전문대)으로 짜여 있는데, 취학 전의 유아교육(탁아소 및 유치원교육)과 이후의 성인교육까지 모든 교육을 국가가 지원한다·

특히 우리의 초·중 과정과 비슷한 의무교육(종합학교)기간에는 수업료나 교과서대, 급식비, 심지어 통학비도 무료이고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별도의 교육보조금까지 지급한다·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은 이 같은 교육복지제도 위에, 일관된 교육시책이 더해진 결과다· 평등을 기저로 한 교육관은 이미 국민적 합의를 거쳐 별 이견이 없고, 각 정당 교육정책들도 차이가 없을 정도다·

핀란드 교육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부진아에 대한 배려다· 우수 생은 스스로도 잘하니 점검과 조언만 해주고, 부진아에 각별히 지도관심을 쏟는다· 수업도 평가도 거의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당연히 석차도 없다· 학생마다 수준이 다르지만, 비교를 하지 않으므로 친구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력학습의 파트너다·

핀란드식 수준별 수업은 '학생마다 수준이 다르니 개별지도 자체가 수준별 수업'이라는 개념이다· 능력별(동질) 집단수업은 경계한다· 효과가 개별수업보다 당연히 떨어지고 특히 '부진아에겐 치명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다·

핀란드 교사 노조는 95%가 가입해 처우개선이나 교육정책 등에 개입한다· 교원평가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하는데, 경쟁 기제가 아닌 지원책의 하나다· 담당관은 브리핑 끝에 20세기 초 핀란드에 교육입국의 비전을 제시했던 선각자 알렉 트웨디(Mrs· Alec Tweedie)의 말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를 했다·

"훌륭한 교육시스템이 핀란드의 창대한 미래를 보증할 것이다· 이 땅의 미래는 교육시스템이 토대가 된다·"

방문시간 내내 물 한잔 내놓지 않고 420유로의 방문비까지 받는 것이 조금 거슬리기도 했지만, 그조차 '핀란드다움'으로 비쳤다·

그들의 제도와 관행들에 배어 있는 검박함과 효율성, 실사구시의 정신들까지 눈 여겨두고 싶은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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