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박대천의 이름으로
<10> 박대천의 이름으로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07.1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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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의 숨결

 

◈ 금봉(옥화5경)에서 바라본 박대천(달래강) 비단결 같은 봉우리란 뜻을 지닌 금봉(錦峰)은 달래강서 보기 드물게 물길이 오메가(Ω) 형으로 굽이치는 곳으로 커다란 바위 동산을 하천물이 한바탕 휘돌아 나가는 하천가에 고운 백사장이 형성돼 있어 많은 이들이 찾던 명소다.

용·신선 살던 옥화9경 곳곳에 펼쳐져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이 상 덕기자


용과 신선이 살던 곳 옥화9경. 청주-보은간 19번 국도가 지나는 청원군 미원면 운암리 삼거리서 왼쪽으로 박대천(달래강)을 끼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이 지역 안내표지판의 대표적인 수식어다.

달래강 삼백리 물길 중 유독 이 지역서 용과 신선이 강조되고 있음은 이곳의 경치가 예부터 예사롭지 않았음을 전설로 말해준다. 국내 절경 치고 용과 신선 이야기를 품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2경인 용소에서 그 옛날 승천하다 지나가던 여인이 보는 바람에 중도에 떨어져 이무기됐다는 '슬픈 용'의 전설을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3경인 천경대를 향하는데 물가에서 청소년 20여명이 기타 치며 흥겹게 놀고 있다. 1970∼80년대나 볼 수 있었던 낯익은 광경이어서 눈길이 절로 머문다.

예년에 없던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때 이르게 찾아온 불볕더위로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데 그늘 하나 없이 달랑 돗자리 몇 개 깔고 앉아 노는 모습이 한편으론 안쓰럽게도 보였지만 자연과 어울어진 그들에게서 멋진 정열을 느낄 수 있었다.

옥화3경 '천경대'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 마을 안쪽 강변에 있는 천경대는 수직으로 이뤄진 절벽과 함께 달빛이 맑은 물에 투영돼 마치 하늘을 비추는 거울같다 하여 이름지어졌다고 하나 지금은 절벽앞 하천 수심이 얕아져 예전 풍취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천경대서 하류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4경인 옥화대가 지척에 있다. 옥화대는 하천변 들판에 절벽과 고목이 어울어진 동산이 마치 옥처럼 떨어져 있다 해서 이름지어졌는데 이곳을 즐겨찾던 옛 선비들이 옥화9경 중 가장 대표적인 절경으로 꼽았던 곳이다. 특히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인 석애 이규소 등 유학자들이 후학을 양성키 위해 추월정과 만경정, 세심정 등 세 정자를 지어 후학을 양성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옥화대(옥화4경)의 세심정

옥화대 정상부의 세심정에 올라 앉으니 주변 고목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제멋대로 휘어진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 참나무가 옛 향기 절로 피어나는 정자와 어울어진 게 어찌나 멋드러진 지 금방이라도 옛날 선비들의 시 읊던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한참을 그렇게 옛 향기에 취해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꾀꼬리가 날카로운 경계음으로 제 존재를 알린다. 유난히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니 근처 어딘가에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빨리 자기들 행동권역에서 벗어나라는 경고인지라 더 지체할 수가 없어 발길을 막 돌리려는데 이번엔 옆에 있던 소나무 둥치 구멍서 느닷없이 솔부엉이가 튀어나온다. 잠을 자다가 이웃사촌 꾀꼬리 부부가 하도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난 듯 하다.

생태계가 아직은 살아있음이다. 생물들이 살아갈 적당한 환경과 공간만 보전된다면 그들 역시 언제까지라도 우리들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

반가운 손님을 뒤로 하고 발길은 다시 5경인 금봉을 향한다. 이곳은 이미 지난 3∼4월에 세 차례 답사했던 곳으로 우거진 숲과 급경사, 높은 절벽 때문에 사진촬영이 결코 쉽지 않은 곳이다. 지난번 마지막 촬영 때 70∼80도 절벽 위의 참나무에 간신히 올라앉아 수백 미터 아래로 굽이치는 물길을 촬영하다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으로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 했던 생각에 아직도 등줄기가 찌릿하다.

비단결 같은 봉우리란 뜻의 금봉(錦峰)은 달래강서 보기 드물게 물길이 오메가(Ω) 형으로 굽이치는 곳으로 커다란 바위 동산을 하천물이 한바탕 휘돌아 나가는 하천가에 깨끗하고 고운 백사장이 형성돼 있어 많은 이들이 찾던 명소다.

길 입구가 있는 미원면 월룡리서 금봉을 바라보고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 한 순간 2m 가량의 좁은 능선에서 동시에 양쪽 강물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오메가 형태의 목 부분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뤄진 이곳 목 부분을 아래 위 동시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나타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써봤지만 워낙 절벽이 높아 포기하고 말았다. 과거 언젠가는 서울의 모 기업서 이곳 목부분에 터널을 뚫어 거기서 생기는 낙차를 이용, 소형 발전소를 건설하려 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확인할 길이 없다. 금강 유역에서는 이미 오래 전 전북 무주군 무주읍 방우리에 있는 오메가 형태의 물줄기에 터널을 뚫어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한 바 있다.

금봉을 돌면서 호쾌하게 몸부림 친 물줄기는 깊은 산골짜기를 빠져나오면서 곧바로 옥화6경인 금관숲(미원면 금관리)과 만난다. 금관숲은 청주 등 인근지역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야영장 형태의 자연숲이다. 약 7,000의 넓은 숲에 20m가 넘는 굴참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한여름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금관숲에서 다시 미원면 계원리를 향해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 산자락으로 높이 6∼10m, 넓이 약 50m 가량 되는 절벽이 펼쳐져 있는데 그 앞쪽에 7경인 가마소뿔이 있다. 이 가마소뿔은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애잔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먼 옛날 막 혼례를 치른 신랑과 신부가 이곳을 지나는데 신부의 가마가 흔들려 그만 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를 애통해 하던 신랑도 함께 뛰어 들어 죽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이어 나타나는 8경인 신선봉은 미원면 계원리서 바라보이는 강건너 신선봉의 경치를 말한다. 해발 630m인 이 봉우리는 먼 옛날 신선이 놀았다 하여 신선봉으로 불려지고 있다.
◈ 박대천 이름 낳은 박대소 옥화9경의 마지막 명소인 박대소는 청원 미원 지역의 달래강 이름인 박대천을 낳은 곳으로 이곳 역시 하천바닥이 많이 메워져 예전 느낌은 나지 않는다.

마지막 옥화9경인 박대소는 이 지역(청원 미원)의 달래강 이름인 박대천을 낳은 곳으로, 계원리서 쇠바우(어암1리) 쪽을 향해 물길을 따라내려 가다보면 깊은 계곡 안에 커다란 소(沼)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박대소다. 푸른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깊은 못이 있어 박대소라 일컬어지는데 이곳 역시 하천 바닥이 많이 메워져 예전 느낌은 나지 않는다. 이 소는 특히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있어 불법어로꾼들이 자주 찾는 바람에 오래전부터 물고기와 다슬기가 자취를 감춘 '죽은 하천'으로 알려져 있다.
마른장마로 장마철 때아닌 가뭄 현상이 이어지면서 달래강도 예년에 없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7월 둘째 주말을 맞아 강가를 찾은 피서객들이 강물엔 들어가지 않고 물가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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