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연 이타적 세계
인간의 자연 이타적 세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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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오 희 진 <환경·생명지키는 교사모임 회장>

폭염특보가 일주일째 발효 중이다.

날이 몹시 더운 상태를 표현하는 폭염은 '불볕더위'라고 쓰면 그 더위가 더 쉽게 체감될 것이다. 이 불볕더위 속에서도 일을 하던 이들이 쓰러지고 있다. 특보를 내고 예방책을 널리 알려도 이렇듯 희생자들의 소식을 접하면 너무 안타깝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놀라운 일은 '그 정도 날씨도 못 견디냐'라는 입장이다. 거기다 '그런 날씨인 줄 몰랐다.'는 무지까지 가세하면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든다. 그들의 이런 말은 이 희생자들을 자신의 '안락한' 삶과 분리해 다른 시대와 세계 속에 가두고 그 원인을 찾는 일조차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범한 악'에 잘 길들여있다.

지난 34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 변화를 분석한 것을 보니 0.95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도 도시 지역 평균 기온은 1.23도가 올라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 직접적 결과이다. 그에 따라 폭염 일수도 10배가 증가했다는 보고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은 인간으로부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이제는 너무도 분명한 치명적 결과를 빚고 있다. 그럼에도 오직 성장과 발전을 외며 무슨 일이든 벌이겠다는 고집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이렇듯 연일 숨을 틀어막는 열파로 가득한 더위에서 빠져나와 모두 함께 쿨한 세계로 가는 방법은 있는가. 그것은 포괄적으로 말하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의 진화는 개체 생존의 자연선택을 옹호한다. 실제로 세상에 살아남는 단위들은 경쟁자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이기적'으로 생존에 성공한 것들일 것이다. 이 때의 이기적이라는 말은 '유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기적 생존을 위해 그 생명이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도 있다. 다른 많은 생명체들(벌, 말벌, 개미, 흰개미 등과 같은)과 함께 인간도 그렇다. 다시 말해 우리 안에 착한 사마리아인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폭염이라는 질서 속에서 교만과 무지로 무장한 폭력의 인간이기보다 사랑과 관심으로 상생하는 이타적 인간에 이르려는 노력이 훨씬 인간의 자연이 된다. 더욱 과학적으로 이를 인식하게 된 인간이 이타적 삶을 확장하기 위해 인간의 길을 교육하게 되었음에랴.

불볕더위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두 달을 훌쩍 넘기며 국민주권을 지키고 민주적 소통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지 않고 직접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것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맞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려는 초심에서 출발하여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강보험, 교육, 수돗물, 공영방송 같은 사안마다 생명의 권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촛불의 항쟁으로 자꾸만 진화해가고 있다.

이제 촛불을 드는 행위는 이타적 행동을 통해 현재 한국인의 생존을 함께 도모하려는 자연적이고 의식적인 삶의 의례가 되었다. 촛불은 거기다 우리 안의 이기적 경제주의마저 비춰 시험하고 있다. 승리할 것인가. '두 원시 부족이 같은 고장에 살면서 경쟁을 한다고 하자. 한 부족이, 서로 돕고 지켜주는 용감하고 협력적이고 신실한 구성원들의 수가 더 많다면 그 부족이 번성하리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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