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현직교사의 일상
어느 현직교사의 일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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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정 의 숙 <한국교원대 부설초>

청원군 강내면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전국의 모든 교육대학의 부설 초등학교들이 선지원으로 아이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비해 이 근처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자연학구이다. 교원대 부설이라 대학에서 나온 교생 선생님이 1년에 3차례씩 한달 정도 학교에서 함께 생활한다.

우리 학교에 오는 교생 선생님은 초등교육과 3∼4학년 그리고 복수전공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한 교실에 3∼4명 정도 배정돼 선생님들과 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하게 된다. 교생 선생님들은 등교시간에 만나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출근을 하면 아침자습지도, 수업지도, 식사지도, 청소지도, 그리고 생활지도까지 꼼꼼히 연습하게 된다. 퇴근할 때 20여평 교실의 문단속과 전원관리도 빼놓지 않는다.

이외에 실무 강의 및 교사상 등 교양 강의도 듣고 몇 가지는 가상 체험도 하게 된다.

지금이 교생 실습 기간이라 중앙현관 건물 앞에 '교생 선생님의 바른 한걸음이 어린이의 밝은 미래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예쁜 그림과 함께 붙어 있다. 한 교생 선생님은 "선생님, 현수막의 글귀를 보자 학교 현관에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조심스러웠고 저희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슴속으로 느껴졌어요"라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생활할 때는 가벼운 차림으로 다니던 교생 선생님들은 정장을 기본으로 하여 출근을 한다. 교생 선생님들의 호칭이 언니, 오빠, 삼촌 등의 입장에서 선생님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정장에서 나오는 바른 한 걸음은 아이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소중한 발걸음이다.

아이들과 만남의 시간이 되면 1년에 3차례씩 있는 날인데도 아이들의 눈은 설렘으로 초롱초롱 빛난다. 각자 자기소개를 신나게 하고 나면 교생 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로 더 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이때 담임교사의 역할은 교생 선생님들이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 교사의 신분임을 자각시키고 아이들에게는 언니, 오빠가 아니라 선생님임을 인식시키는 일이다.

교생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각 학년 반을 돌며 선생님들의 시범수업을 참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주의집중 방법, 동기유발, 수업목표에 맞는 활동들, 피드백, 학습정리 등을 반복하여 살펴보고 익힌다. 그리고 담임수업 참관을 통하여 배정된 반의 학습 분위기를 익힌 후에 본인이 주도하는 수업을 하게 된다.

교생 선생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목표와 연관된 동기유발로 학습의욕을 북돋우고, 차분한 태도로 학습안내를 해 아이들이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학습목표에 도달하게 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 높은 수업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들을 접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마음까지 즐거워 활기찬 학교생활을 한다. 생활지도면, 인성지도면, 그리고 청소 및 모든 활동에서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이 많으니 생동감이 넘친다.

교생 선생님과 아이들이 정이 들어 하나가 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헤어질 시간이 돌아온다. 1, 2학년 아이들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년에서는 감사의 편지와 사진들을 주고받으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우리 학교의 교육실습은 말 그대로 한국교원대학교 학생들의 선생님이 되기 위한 현장실습이지만 현직교사에게는 초심을 되찾게 해 주고,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보며 노력하는 교사가 되게 하며 아이들에게는 여러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학습 경험을 하게 되는 활기 넘치는 교육의 장 역할을 한다.

현직교사인 내눈에는 출근할 때마다 보이는 우리 학교 중앙현관의 현수막 글귀가 '선생님의 바른 한걸음이 교생 선생님의 밝은 미래입니다.'로 보인다. 어느 교생 선생님의 말처럼 내 발걸음, 내 마음가짐, 내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는 일상(日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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