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천대하는 교육
모국어 천대하는 교육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7.09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이 현 정부 인수위원장을 맡고 난 후 영어교육 강화를 운운하며 오렌지가 아니라 혀를 돌돌 말아 '오린지'로 발음해야 한다고 말하던게 엊그제 일이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개그 가운데 백화점 쇼핑을 가자는 엄마에게'쇼핑이 아니라 샤핑'이라며 발음 교정을 해주는 어린이를 풍자한 내용이 인기다.

가족나들이가 피크닉으로, 물건 구경하는 일이 쇼핑으로 입에서 불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발음까지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의 '전국 중3 학생 학업성취도 시험평가'분석을 통해, 국어과목은 우수 집단 비율이 14.1%에서 11%까지 떨어진 반면 영어과목은 18.6%에서 20.5%로 해마다 증가했다는 웃지 못할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국어 과목의 기초 능력 미달 학생 비율은, 4.4%에서 7.4%로 3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통계와 함께 통계청이 1970년을 마지막으로 실시했던 문맹률 조사를 38년 만에 부활해 이달 중순 19∼70세 성인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글을 못 읽는 국민 숫자를 파악해 어쩌겠다는 것인지.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글로벌 인재를 외치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시수를 늘리겠다고 난리다.

모국어는 못해도 좋으니 제2의 미국인처럼 말하고 행동하길 바라는 것이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 '철수'가 아닌 '찰스'로, '수진'이 아닌 '수잔'으로 불리는 어린이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길 바라는 어른은 없을것이다. 모국어는 단지 언어가 아니다. 한 국가의 역사이자 미래이고 뿌리인 셈이다. 뿌리가 뽑힌 상태에서 열매가 맺길 바라는 교육정책은 아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