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은 많이 아프다
정이품송은 많이 아프다
  • 이상덕 기자
  • 승인 2008.07.0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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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옛날에는 임금이 행차하면 백성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지나가는 모습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1464년 세조의 법주사 행차 당시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임금행차를 도운 정이품송이 충북 보은에 있다. 그런 정이품송이 있는 충북에 1일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다. 하지만 현재 어지러운 정국 때문인지 이 대통령의 환영식()은 어수선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충북대책회의 회원들은 대통령 면담과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며, 이를 막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한 장애인단체의 여성은 도청에 들어가 건물 앞에서 연좌시위로 장애인 인권 강화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열혈팬이라는 60대 여성은 5시간가량을 기다렸지만 청와대 경호원들과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그냥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녀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이날 청와대 경호원들과 충북경찰의 경비는 삼엄 그 자체였다. 국가 원수의 안전을 위해서는 철통경비가 당연하겠지만 소통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시민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고 돌아갔는지 궁금하다.

현재 정이품송은 아프다. 국민 또한 많이 아프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런 아픔을 치유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 대통령이 다시 충북을 찾을땐 정이품송이 가지를 들어주고 도민들이 손을 들어 크게 환영해 주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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