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 문백전선 이상있다
23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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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52>
글 리징 이 상 훈

"금화 다섯개를 줄테니 대정이란 친구를 잘 다뤄주게나"

장산은 가볍게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염치의 호의를 거절하는 척했다.

"아니야. 내가 자네의 집안 사정을 빤히 잘 알고 있는데. 장산! 내가 내일 자네한테 금화 다섯개를 틀림없이 건네줄 것이니 그걸로 잘 요량하여 일을 속히 벌여보게나."

"아이고, 그, 그렇게나 많이요 아닙니다. 이번엔 그냥 제가 염치 어르신께 그동안 제대로 갚아 드리지 못한 은혜를 갚는 셈치고."

"어허! 그런 말 하지 마시게! 내가 오로지 내 일을 위해서 쓰고자 하는 것인데 어찌 자네에게 그런 폐를 끼치겠나 장산! 아무튼 난 오늘 염치없이 이대로 돌아가겠지만 자네는 그 대정인지 뭔지 하는 술친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궁리나 해두게."

염치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서둘러 말을 타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장산은 염치가 말 타는 데까지 쫓아나가서 안녕히 살펴 가시라는 인사를 정중히 올렸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기분이 흡족한지 장산은 저 멀리 반짝거리는 별빛을 온 몸으로 받은 채 두 팔을 활짝 벌려 차고 어두운 밤공기를 가슴속 깊숙이 들이마셨다.

'으흐흐흐.'

장산의 입에서는 기분 좋은 웃음이 연이어 줄줄 흘러나왔다.

'으흐흐. 그 귀중한 금화를 자그마치 다섯 개씩이나 내게 건네주시겠다니. 우연찮게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만, 설마하니 내게 이런 홍복이 쉽게 굴러올 줄이야!'

장산은 염치가 부탁한 일을 자기 술친구 대정에게 맡겨본댔자 은전 두어개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적당히 말만 잘 한다면 그 이하 정도의 금액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듯 싶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장산이 대정을 술친구로서 겪어보고 쭉 대해본 바에 의하면 대정은 성격 그 자체가 워낙 호탕스럽기에 남의 돈을 거저먹으려고 든 그런 좀스러운 인물이 결코 아님을 장산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렇다고해서 대정은 자기가 부탁받은 일을 얼렁뚱땅 적당히 넘어가 버리는 무책임한 자도 아니었다. 친구가 부탁해온 일이라면 자기 온몸을 내던져서라도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해주고는 나중에 기껏해봤자 술이나 진탕 얻어 마시고 말 뿐! 바로 이것이 장산이 알고 있는 대정이란 친구였다.

'그, 그렇다면 으흐흐흐. 그래, 맞았어. 나는 친구 대정에게 금화 한 개 정도 건네주고 이 일을 맡긴다면 나머지 금화 네 개는 흐흐흐. 이거야 원 기분이 너무 좋아 도무지 내가 견딜 수 없구먼.'

장산은 입에서 자꾸만 터져 나오려는 기분 좋은 웃음을 간신히 참아가며 집 대문 안으로 발을 막 들여놓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의 마누라가 목덜미를 후려치듯 뒤에서 외쳤다.

"여보! 당신 정신이 있수 없수 지금 그렇게 히히덕거리며 다닐 때예요"

"아니, 왜 그러오"

"하나밖에 없는 내 친정 남동생이 며칠 뒤에 장가를 가잖아요"

"아, 참! 그 그렇지."

"우리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아이는 걸음마를 채 배우기도 전에 내가 데려다가 친엄마처럼 업어주고 먹여줘서 키웠단 말이예요. 그래서 그 아이는 큰누나인 나를 어머니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고, 나 역시 그 아이를 친자식이나 다름없이 여기고 있고."

"어허! 그래서 날 보고 어찌하란 말이요"

"어머! 지금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장가가서 살림을 새로 시작하는 아이인데 우리가 다만 뭐라도 좀 생각해 줘야만 하지 않겠어요"

장산의 아내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남편 장산의 눈치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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