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바나 조시파 젤라체이카 광장
<135>바나 조시파 젤라체이카 광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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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골목 골목 중세의 미학 품은 은둔 도시


바나 조시파 젤라체이카 광장은 자그레브의 중심이며 워킹 투어의 출발지이자 도시 관광이 끝나고 되돌아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광장은 17세기에 만들어졌고 광장 주변의 건물들은 100여 년 전에 형성되었다.

고전주의에서부터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광장이다. 이 광장의 가장 오래된 건물은 1827년에 건설되었다. 자그레브(Zagreb)란 도시 기원의 진정한 의미는 도시에 참호를 자주 만들게 되었기 때문에 '참호' 나 '도랑'을 의미한다.

광장의 동쪽에 위치한 멘드세박 분수대는 진짜 샘물이 솟는 곳에서 몇 발짝 옆에 있다. 이곳은 관광객들과 자그레브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소이다. 행운을 위해 이 샘물에다 동전을 던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점을 중심으로 워킹 투어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꽃가게가 노상에 모여 있는 거리를 지나 계단을 오르자 좌우로 넓은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계단 위쪽에는 넓은 과일 시장이 나타났다. 캐프톨(Kaptol) 남쪽 길은 자그레브의 중요 시장이며 복부(belly)라고 불리는 도락(Dolac) 시장에 이르게 한다. 다양한 과일을 쌓아 놓은 야외 과일시장을 보자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풍요로웠던 과일 가게가 생각났다. 이 광장은 1926년에 생겨났으며 좁은 거리에 촘촘하게 들어찬 고택 들은 언덕 아래로 늘어서 있다.

도락 시장의 서쪽 편에 고딕바로크 양식을 혼합한 성 마리(Mary)교회가 있다. 성당의 기둥은 둥근 형태가 아니고 작은 기둥줄기를 여러 갈래 뽑아 올려서 형태에 변화미를 주고 있다.

104-105m 높이의 네오 고딕양식의 종각을 뒤로하고 교회를 나왔다. 도심의 거리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캐피톨을 지나 12시경 성 캐더린 광장에 도착했다. 정오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사무라가 언덕을 돌아 올라가자고 해서 1km 정도를 빙 둘러서 올랐다.

언덕 위의 작은 길과 깨끗하고 조용한 거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곳이 한 나라의 수도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어느 중세 도시의 한 모퉁이를 걷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언덕 위에서 시가지를 바라보면 고층 건물 몇 채와 높은 아파트가 눈에 좀 뜨일 뿐이다.

캐더린 광장에서 성 씨리라 이 메토다(C'irila I Metoda)거리로 나와 성 마르크스 교회 앞에 도착했다. 교회 지붕은 화려한 장식과 타일 무늬로 장식하였고 종탑 위에는 1841년 이란 글씨가 또렷하게 보였다. 교회문은 굳게 닫혀있다. 언덕 위에 있는 이 거리는 비교적 옛 건물들이 모여 있어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언덕 위에서 몇 그루의 무궁화 꽃을 발견하였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피아의 이슬람 언덕사원에서 보았던 무궁화 꽃을 이곳에서 두 번째로 보게 된다. 무궁화 꽃을 발칸반도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니 왠지 고향 뜨락에서 만난 귀한 손님 같은 반가움에 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여정의 피로감을 잊게 하는 꽃송이를 바라보며 감사의 마음을 올렸다. 여행은 작은 것에서 삶의 활력과 감동과 감사함을 배우는 길인 것 같다.

오후 1시경 언덕을 내려와 자그레브의 다운타운에 도착했다. 아침에 샌드 위치를 대접받아서 점심은 맥도널드 햄버거로 사주겠다고 했더니 동생 사무라만 찬성했다.

사라는 자존심이 매우 강한 여성이다.

그녀는 좀처럼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성격이다. 낯선 크로아티아 땅에서 이디오피아 여성과 한국인이 함께 걷는 모습은 이 곳 사람들에게는 퍽 이색적이었을 것이다.

자그레브는 관광객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투어 코스가 인쇄된 안내 팜플렛을 무료로 제공하고 유스호스텔에도 많이 비치해 놓고 있다.

오후 2시 점심을 마치고 과일 시장으로 올라가 먹음직스런 붉은 자두를 사왔다. 사무라의 과일 먹는 속도는 프로급이다. 아프리카 출신다운 신속하고 재빠른 입놀림에 멍하니 처다 볼 수밖에 없었다.

말탄 기사의 동상 오른쪽 광장에서부터 제 2코스의 도시 투어를 시작했다. 골목 전체가 노천카페 거리다. 스위스 대사관도 자리 잡고 있다. 이 골목에는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들이 많이 모여 있다. 마사레카 거리의 고택들과 트레그 밋살로 티타건물이 나타나는 곳에 이르러 잠시 쉬었다.

모처럼 잔디에 누워 자그레브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엷은 구름 한 조각이 푸른 하늘을 흩뿌리고 있다. 푸른 하늘가에 가을 햇살이 눈부셨다. 감았던 눈을 뜨니 붉고 파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웃고 있다. 잔디에 누워 한잠 자고 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박물관을 보고 싶어 이곳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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