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싫소, GMO
먹기 싫소, GMO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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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박 정 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요즘 주말에는 알량한 밭농사에 재미가 붙어 제때 밭이랑을 만들고 지목한 씨앗 파종에 분주하다. 5월 볕은 벌써 한여름의 열기로 쏟아져 내려와 아침 일찍 시작해야만 한낮의 자외선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후줄근 땀을 흘리고는 다른 풀보다 먼저 나온 나물취와 참취 잎을 뚝뚝 뜯어다가 점심으로 쌈을 싸먹으면 느글거리는 육류의 오랜 기름기가 싹 씻기는 개운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고작해야 밥하고 된장이 전부인 조촐한 밥상도 사박사박 향기로운 봄의 정찬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회포를 풀기 위해 시내 길거리를 배회하노라니 그럴싸한 먹을거리를 찾는 일이 그저 궁색하기만 했다.

형형색색 즐비한 상가들 속에서도 유독 왁자하게 사람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은 역시 고깃집이라는 점에서 먹는 문화가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십수년 전만해도 고작해야 명절이나 생일때나 고깃덩이 구경하던 우리네였건만 요즘 회식장소에서는 주로고기를 먹고 밥은 덤으로 먹는 정도라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우리가 이런 식문화조차 안주삼아 회포를 푸는 시간에 서울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황금연휴로 시작된 5월의 주말을 불야성으로 만들었다. '먹기 싫소' 피켓을 든 아이들의 모습이 화면으로 스쳐간다.

FTA로 미국 쇠고기 수입이 결정되면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는 국민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유전자 조작 옥수수까지 대량 식품용으로 수입되었고 낙심한 농민의 음독자살 소식도 보태진다.

먹을거리에 대한 논란이 요즘처럼 뜨거운 적이 또 있었던가. 제천에서는 지난 2일 '유전자 조작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지키려면'이라는 주제 강의가 있었다. 덕분에 답답했던 정보를 조금 얻은 셈이지만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강의 내용 일부를 정리하자면 미국산 소고기는 육식성 사료로 길러져서 광우병 인자를 보유하고 있을 거란 강한 의혹이 있고 고기 상태로 몇년간 보관된 것들인지 몇년생 소인지, 어떤 상태로 죽은 것인지조차 검증할 수 없는 FTA 협상이 그것이다.

광우병인자로 알려진 프리온은 예방책도 치료약도 없으며 독한 양잿물에서나 파괴될 수 있다고 하니 고기상태에서는 결코 프리온을 분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러니 미국 쇠고기 수입은 곧 광우병의 수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광우병은 잠복기간이 10년 이상이나 돼 그 고기를 먹더라도 10년까지는 전혀 감염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학교 급식소나 군부대 식당에서도 값싼 수입고기를 외면하고 과연 한우고기를 사용할 것인가가 당연히 걱정스러운 대목인 것이다.

GMO(유전자 변형) 옥수수 또한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채 빵이나 과자를 비롯한 각종 식품의 모습으로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먹는 것 만큼은 우리가 얼마나 안전한 것을 먹게 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FTA는 촛불 속에 타오르는 국민 여론을 검토해 검역권을 포함한 재협상, 체결이 마땅하다.

더이상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돈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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