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수 교육기관이 '싹둑'
국내 희귀수 교육기관이 '싹둑'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15 2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과학연, 학술적 가치↑위성류 절단
위성류는 국내에 극소수만 남아있는 희귀수종으로 1년에 2번 꽃을 피우나 종자는 나중에 핀 꽃에서만 열리는 독특한 생태를 갖고 있다. 왼쪽 아래 사진은 베어진 위성류와 동종의 나무, 위쪽 사진은 베어진 '청주의 위성류' 둥치.
학계·주민 "청주에 이젠 1그루뿐" 발끈

국내에 극소수가 남아있는 희귀수종으로서 도감에 대표적인 나무로 소개될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은 '청주의 위성류'가 한 교육기관의 무지로 밑둥치가 잘려나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인근 주민과 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 주민과 관련 학계에 따르면 옛 교동초교가 있던 충북도교육과학연구원내 뒤편 정원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령 약 70년에 직경 45cm, 높이 5m나 되는 커다란 위성류(위성류과)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쯤 연구원측이 태풍에 가지가 부러져 볼품이 없다는 이유로 돌연 밑둥을 잘라낸 후 흙으로 덮는 바람에 고사하고 말았다. 연구원측은 이후 그 자리에 3그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

잘려진 위성류는 본래 중국이 원산지이나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은데다 호흡기계, 신경계, 순환기계 등에 약효까지 뛰어나 옛날 사신들이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한 후 사대부 집안이나 관공서 등에 심겨져 '대접'을 받아온 나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위성류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1년에 두번(5∼6월과 8∼9월) 꽃이 피고 잎이 침엽수인 소나무 잎처럼 생겼으나 정반대의 활엽수로 분류되는 등 독특한 생태를 갖고 있다. 또 원 가지가 부러져도 옆으로 잔 가지가 많이 돋아 잘 죽지 않는 특징이 있다.

더욱이 잘려져 나간 교육과학원내 위성류는 1984년 발행된 원색천연약물대사전 상권(김재길 저)과 2003년 식품의약품안정청이 발행한 한약재진위감별도감 등에 국내 대표적인 나무로 소개될 만큼 수령과 수형이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히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주시내에는 그동안 이 나무를 포함해 고작 2그루가 남아 있었으나 이 나무가 없어짐에 따라 이젠 20년 정도 된 어린 나무 1그루만 청주감리교내 정원(상당구 남문로 1가)에 남게 됐으나 이마저도 최근 줄기를 잘라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교육과학연구원 관계자는 "태풍에 가지가 부러져 볼품이 없어진데다 소생할 가능성이 없어 보여 잘라냈다"며 "나무의 종류도 몰랐을 뿐 아니라 학술적으로 중요한 수종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위성류가 베어지기 직전인 지난해 8월초 살아있는 것을 사진촬영한 후 최근 다시 찾아갔다 베어진 사실을 확인한 김재길박사(한국천연약물자원연구소장)는 "오죽 희귀하면 식약청에서까지 도감에 대표적인 나무로 소개할 정도로 학술적 보호가치가 있는 나무였는데 단지 가지가 부러져 볼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조치없이 싹둑 잘라낸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더욱이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 학계에 자문조차 구하지 않고 독단으로 귀한 자원을 없앤데 대해 분개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