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괴산의 미선나무 자생지
2. 괴산의 미선나무 자생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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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송덕리 자생지
'1속 1종' 한국서만 자라는 희귀식물


글 연숙자기자·신제인
사진 권기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미선나무는 현재 5곳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중 4곳이 충북에 분포되어 있는데 3곳의 미선나무자생지가 모두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다.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2번째로 괴산의 미선나무자생지인 괴산 송덕리 미선나무자생지(1958년 천연기념물 제147호 지정), 괴산 추점리 미선나무자생지(1970년 천연기념물 제220호 지정), 괴산 율지리 미선나무자생지(1970년 천연기념물 제221호 지정)를 탐방한다.
추점리 자생지

개나리와 모양 비슷… 생육조건 까다로워 번식 어려움

괴산군 송덕·추점·율지리 등 자생지 천연기념물 지정

미선나무 잎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4월이면 부채를 들고 나오는 여인이 있다. 초록빛 사이로 수줍은 듯 발그레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미선나무다.

'아름다운 부채'라는 의미를 지닌 미선나무는 이른 봄 은은한 향기로 꽃을 피우고, 꽃이 진 자리에 예쁜 부채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미선나무를 살펴보면 수형이나 잎, 꽃이 개나리와 아주 흡사하다.
미선나무 열매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를 빼면 여느 나무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이 주는 경외감이나 장엄함과는 거리가 먼 미선나무가 그것도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1917년 진천에서 일본 나까이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미선나무는 1919년 일본 학술지에 발표되며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
네모난 새로난 가지
하는 희귀식물로 알려진다.

그것도 지구상에 단 하나의 종으로 이루어진 1속 1종인 한국 특산식물로 밝혀지며 미선나무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이후 괴산 송덕리에서 미선나무자생지가 발견된데 이어 추점리와 율지리에서도 발견되어 충북 괴산이 미선나무 자생지로의 가장 높은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미선나무 꽃

이처럼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미선나무는 종자 번식이 어렵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자생지가 발견됨에 따라 혹자는 사람과 빗대어 지구상에 형제도 없는 독자집안이라 칭하기도 한다.

까탈스러울 정도로 환경조건을 선택하고 있는 미선나무는 어떤 곳을 자생지로 살아가는지 궁금증을 안고 충북 괴산을 찾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괴산 송덕리 미선나무자생지는 경사진 야산으로 큰 바위와 돌이 쌓여 있었는데 그 틈에서 미선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어찌보면 다른 식물들이 터 잡기를 기피할 정도로 열악했다.

마을 주민 황혜규(71)씨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바위와 돌이 많은 산으로 3월이면 하얀 미선나무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그는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꽃은 큰 의미를 주지 못하지만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나무가 마을에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며 "지금은 지역에서 보호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두 번째로 찾아간 추점리 미선나무자생지 역시 산자락 끝, 돌과 바위가 많은 지역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며, 율지리 미선나무자생지도 굵은 돌들이 곳곳에 드러났다.

이렇게 괴산의 미선나무자생지 3곳을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산자락 비탈진 곳과 돌틈, 햇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특징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귀용 충북도산림환경청 지방녹지연구사는 "빛을 좋아하고 돌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미선나무는 잡목이 자라지 못하는 지역에서 많이 발견된다"며 "열악한 환경을 미선나무는 오히려 종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음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 많은 사랑을 받는 미선나무도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진화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 15년 연구 거듭 대량번식 성공

◇ 인터뷰 / 김병준 운천농원 대표

미선나무에 반해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인 괴산 율지리에 터를 잡고 미선나무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운천농원 대표 김병준씨다. "20여 년 전, 아버지 산소에서 마구 잘려나가는 미선나무를 보고 미선나무 가꾸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서울에서 가장 큰 나이트클럽을 운영할 만큼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사업으로 내노라할 만큼 돈을 벌었지만 "어느 날 문득 인생을 잘못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무에 대한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고향집 산자락에 자생하는 미선나무 번식에 손을 댔다"며 미선나무와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번식이 어려운 미선나무는 그가 지난 15년간 연구하며 대량 번식 성공함으로써 자생지가 아닌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수종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운천농원 만여 평에는 꺾꽂이한 작은 나무부터 웃자란 나무까지 미선나무로 심어져 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자라지 않는 미선나무가 괴산 자생지 3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신이 내린 축복이다"고 말하는 그는 "이른 봄에 피는 미선나무꽃은 여느 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은은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고 자랑했다.

또한, 천연기념물 보호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울타리를 쳐놓고 보호에만 급급하지 번식을 장려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는 사이 우리의 나무를 가져간 외국에선 개발과 번식에 성공해 이를 역수입하는 실정"이라며 자원화 대책을 강조했다.

현재 향수와 아토피 치료제, 조경수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선나무를 보급· 확대해 나가는 것도 김 대표의 계획이지만 4만 평의 농원에 미선나무를 심어 미선나무축제를 여는 것이 꿈이다. 5년 후면 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예상처럼 화사한 꽃 빛과 은은한 향기를 안겨줄 미선나무축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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