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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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동지가 배신한다. 적군이 아군이 된다. 반전과 변화무상이 인생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싶은 데 사실인 경우가 많다. 1월10일 석방된 콜롬비아의 클라라 로하스도 그런 사례다.

대통령 선거에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그녀였다. 2002년 2월 무장 혁명군과 평화협상을 하러 갔다. 그대로 납치됐다. 정글 속에서 게릴라 대원과 사랑에 빠졌다. 아들을 출산했다.

납치한 사람과 납치당한 사람 사이의 사랑은 종종 생긴다. 애정이란 그리도 무서운 듯하다. 감정이입과 동조는 국경은 물론 이념과 계층의 벽을 쉽게 넘는다. 인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73년 8월23일 오전 10시15분이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은행에 무장 강도단이 들이 닥쳤다. 경기관총을 든 이들에게 4명이 인질로 감금됐다. 나이는 21세부터 32세까지였다.

131시간 만에 경찰이 들어가 구출했다. 인질들의 태도는 세간의 예상을 뒤집었다. 한 명은 수상에게 전화해서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그들은 우리를 경찰로부터 지켜주었다" 했다.

강도들은 시민을 볼모로 했다. 경찰은 강도들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아니라 강도들이 지켜 주었다고 했다. 이때 이를 일컫는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납치나 인질로 감금상태가 되면 일단 범인 쪽의 지시에 복종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의 발로다. 저항하거나 적대감을 나타내면 죽거나 다치기 때문이다. 저절로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이해하게 된다. 가해자도 피해자의 태도를 통하여 이를 느낀다. 이어서 제3자에 대한 공통인식이 형성된다. 정부나 경찰이나 부자에 대한 반감이다.

피해자의 호의 가해자의 반응 생각과 느낌의 공유, 이런 3단계 변화를 통하여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긴다. 납치나 인질이나 유괴에서만이 아니다. 감금과 폭력에서도 나타난다.

반대는 리마 증후군이다. 1997년 4월22일 오후 3시23분이었다. 페루 수도 리마의 일본대사관에 특공대가 진입했다.

126일만이었다. 인질범 14명은 사살됐다. 인질 71명은 구출됐다. 성공요인은 안부편지를 통한 내부정보 유출이었다. 인질범들이 인질에게 동화되어 허용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의를 갖는 리마 증후군이다. 아이도 낳는 로하스 증후군도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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