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노래
희망의 노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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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이 순 희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 관장>

戊子년 새해 쥐띠 해가 밝았다. 쥐는 일상생활에 피해를 주는 점도 많지만 두뇌가 총명하고 영리해 재주가 많으며 사교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기계화가 되어 벼를 베면서 곧바로 타작이 다 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벼 베고 타작하고 따로 했었다.

어린시절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주위의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벼이삭 모으기 숙제를 학교에서 내곤 했다.

우린 추수가 끝난 들에 나가 벼이삭을 주웠었고 쉽게 벼이삭을 모으는 방법으로 쥐구멍에 손을 넣어 쥐가 부지런히 모아 놓은 벼이삭들을 슬쩍() 하곤 했다. 그 양이 논을 샅샅이 훑어 찾은 양에 비해 적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이웃을 돕고 친구들과 함께 벼이삭을 주우며 우정을 쌓는 계기도 됐었다

돌이켜 보면 그땐 식량도 부족했지만 낱알 하나라도 떨어진 것들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어려운 이웃들 돕는데 쓸 수 있도록 하는 깊은 정이 있었던 때이다.

우리 일상에서 쥐의 이미지는 많이 바뀌었고 요즘 세대들은 아마 쥐를 미키마우스의 이미지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쥐'하면 아직도 식구 많아 먹을거리 걱정하며 어렵게 살았던 때를 떠올리게 되며 자연스럽게 가난과 기아가 떠오르는 것은 우리나라가 살기가 좀 나아졌기 때문일까 아직도 세계의 절반은 굶주린다는데.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작은 책자를 읽은 적이 있다. 약 63억 인구가 사는 세계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시켜 복잡한 여러 통계 치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지구촌의 문제들을 확연히 드러내 주었다.

예를 들면 '100명 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75명은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하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있고 80명이 20%를 나누어 쓰고 있다.'또한 '마을의 모든 부(富) 가운데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사람이며, 74명이39%를, 20명은 겨우 2%만을 나눠 가지고 있다' 라며 현상 뒤에 가려진 구조적인 문제를 짚기도 한다. 인간의 생사를 가르는 상황들이 얼마나 정치,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풍요가 넘쳐나는 지구에서 날마다 10만명이 기아나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간다. 우리 국민도 lMF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빈부격차와 양극화 심화 등의 현안 앞에 다른 모든 것 다 제쳐 두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난해 말 새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우리 선조는 쥐띠 해를 풍요와 희망의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쥐가 풍요 혹은 다산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은 그 왕성한 번식력에 기인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라고 한다. 아무쪼록 쥐띠해인 올해는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해준 풍요로움을 불균형적인 지구촌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희망의 노래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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