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戊子年) 새해에는
무자년(戊子年) 새해에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3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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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이 성 우 <청주충북환경연합 운영팀장>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소원을 빌곤 한다. 가장 평범한 가족의 행복과 요즘 주된 화두인 경제회생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발전과 세계평화에 이르기까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가 우리들의 소망일 것이다. 이런 보편적인 소망 말고도 사람들 각자의 특성에 맞는 소망들이 또 있으리라. 그렇다면 환경단체에서 상근자로 일하고 있는 나의 새해 소망은 어떨까

환경단체에 일하다보면 이런 말들을 듣곤한다. "환경하는 사람들은…." 가로수 문제로, 옥화펜션 문제로, 또는 제천M캐슬 문제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대체로 같은 반응이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딴 나라 사람들일까 또는 환경단체 사람들은 지역경제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들이다. 스스로 찾아낸 대답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우리들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역시 더 합리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하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말이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지금,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나 조금 더 당연한 것이기를 기대한다.

누구나 돈 없이 살 수 없다.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다만 조금 덜 쓰고 더 아껴 쓰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돈을 갖고 싶어하지만, 다들 조금씩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자제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고만 한다면 결국에는 모두가 공멸하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런 문제들이 극복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연한 기대감에 우리들과 후손들의 생명을 거는 바보같은 일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에는 경제도 키우고 돈도 벌어야겠지만, 조금 덜 벌고 때로는 조금 늦게 가더라도 스스로 조금씩 자제해서 환경적으로 건전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향후 몇 년의 방향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누구를 지지했건 상관없이 이제는 당선자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한 가지 큰 걱정이 되는 것은 당선자의 가장 중요한 공약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공약임이 검증되고 당내에서도 많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려 한다면 많은 국민을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해야하는 대통령이 많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혹시 모르겠다. 토건국가(土建國家)라 불리는 우리나라인 만큼 토목과 건축에 종사하는 인구수가 너무 많아서 많은 국민들이 당장은 행복하다고 느낄지도, 하지만 정말로 그렇다 하더라도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과정과 건설된 이후 겪게 될 고통, 많은 국론분열, 국력손실을 생각한다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재고해야한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여러 가지 어렵다고 한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줬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것만 생각하고 우리나라를 두동강 내는 한반도 대운하를 그냥 밀어붙인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경제개발, 경기부양 등의 논리만으로 바뀌기 어려운 국토생태에 대한 건전한 의식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슴속에 있기 때문이다. 부디 대통령 당선자다운 현명한 판단으로, 나름대로 지역에서 열심히 환경운동하는 활동가의 2008년 작은 소망을 들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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