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과 내려놓음
겨울 숲과 내려놓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1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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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반기민 <충북생명의숲 사무국장>

어느새 12월이 됐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그 푸르름을 자랑하던 숲은 자신을 내려놓고 몸을 비우고 있다.

겨울 나목의 아름다움은 어찌 보면 봄날의 연녹색과 화려한 봄꽃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회색의 가냘픈 모습이다. 하지만 겨울 숲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는 많은 삶의 원리들을 배우고 있다. 숲이 풍요로운 여름을 지나 가을의 단풍으로 자신의 아름다움과 다음 세대를 위하여 모든 것을 보여주고는 겨울이 오면 낙엽을 떨구고 겨울나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겨울 동안 다음 해에 피울 꽃 눈과 잎 눈 등을 잘 보호하여 겨울을 이기고 봄이 되면 꽃과 잎을 틔운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정상적인 삶의 흐름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이러한 숲의 변화와 함께 생각해 보면 비슷하다고 보여진다. 생로병사의 흐름과 젊음과 나이 듦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을 자연의 흐름처럼 겸손하게 자신을 점검하여 보면 어떻게 살아갈까와 연결되어 있다. 자신을 비운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하였다. 자연에서 배우는 비움의 원리를 익힌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터인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자연은 가을에 자신의 결심을 모두 내려놓고 겨울준비를 한다. 이것이 비움의 극치이다. 사람들에게 주든지 동물이나 새들의 먹이로 내어준다. 우리의 삶도 인생의 노년에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해마다 내려놓는 훈련이 되고 순간 순간 내려놓는 훈련을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내려놓는다는 것, 무엇일까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의 능력, 재력, 지식, 사회적 지위 등등의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겸손해 지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훈련되고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 큰 나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큰 숲을 이루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홀로 겸손해서는 자연스러운 사회, 화합하는 사회가 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함께 겸손한 모습으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삶의 자리들을 지켜갈 때에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숲이 큰 나무와 작은 나무 그리고 동물, 새, 곤충 등이 숲에서 함께 살아가듯이 우리의 사회에서도 자신을 낮추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아름답고 큰 숲처럼 가치있는 삶이 될 것이다. 겨울숲이 우리의 앞에 다가와 있다. 이 숲이 활엽수림은 이제 나목의 모습이다. 내려놓은 모습이지만 내년을 위해 눈을 가지 끝에 매달고 겨울을 나고 있다. 힘든 기간을 이기고 나서 새봄에 싹을 틔우는 모습을 꿈꾸듯이 우리도 자신을 돌아보고 해를 넘기기 전에 내려놓을 것이 있으면 내려놓고 새해에는 더 좋은 것으로 더 가치있는 것을 이루는 한해를 맞아해야 할 것이다.

녹색의 계절을 꿈꾸며 나무들은 조용히 편안히 겨울을 나는 것이 아니다. 추운 겨울 동안 목마름의 시간을 보내야하고 추위와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은 자신과의 한판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이기고 나면 기쁨의 날이 오는 것처럼 우리의 내려놓음도 큰 기쁨을 기대하며 참고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이기고 나면 더 소망있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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