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N잡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5.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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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N잡러. 두 개 이상의 다수라는 뜻을 가진 접두어 N과 일 또는 직업이라는 뜻의 잡(Job)에다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합쳐진 이상한 합성 신조어다. 현대 사회이기에 탄생이 가능했던 조어가 아닐까.

N잡러는 한 가지 직업이 아닌 여러가지 직업이나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본업을 두고 있으면서 부업을 여러가지, 적어도 1개 이상을 하며 생활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N잡러는 예전같으면 존경하거나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한 가지 일을 해내면서도 또 다른 일까지 거침없이 해댈 수 있는 능력자를 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좋은 뜻으로 바라보기 힘든 사람들(?)이 됐다.

비자발적 부업자를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는 수 없이 본업 외에도 퇴근 후에 쉬어야 할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이유로 본의 아니게 부득이 N잡러가 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뉴스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전년 동기(월평균·45만1000명)보다 22.4%(10만1000명) 늘어난 5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중 부업을 겸하는 N잡러 규모는 전체 취업자에 비해 아직 크지 않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9년 1분기 1.34%였던 전체 취업자 중 부업자 비중은 5년 만인 지난해 1.97%를 기록하며 2%에 육박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19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1만8000명), 40대(11만5000명) 순이었다. 30대(7만1000명)와 청년층(15~29세·5만3000명)은 10만명 아래였다.

증가세는 청년층과 40대에서 뚜렷하다. 1분기 청년층 부업자는 1년 전보다 30.9%(1만2400명)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40대 부업자는 같은 기간 27.7%(2만5000명) 늘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고 60대 이상(25.1%·3만9000명), 30대(14.9%·9300명), 50대(14.7%·1만5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N잡러 증가세는 배달 라이더로 대표되는 플랫폼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플랫폼 일자리의 상당수는 시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고 기존 일자리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유튜버처럼 시간·장소 제약 없이 PC만 있으면 가능한 일부 정보통신업 관련 일자리도 대표적인 부업 일자리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유튜버보다는 배달 라이더가 월등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부업의 질은 더 힘들고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N잡러의 증가는 우리 경제 구조의 부실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부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대부분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부의 축적'이나 `본업외의 성취욕'을 위해서가 아닌 `빚을 감당하기 위해서', 또는 `자녀들의 양육비나 사교육비 조달' 등을 위해 `N잡 전선'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몇년새 2배 이상 뛰어오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대학등록금보다 더 비싸진 유치원 비용과 학원비 등등. 이래저래 청년들은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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