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베이비부머 청춘의 커피추억
청주 베이비부머 청춘의 커피추억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3.08.10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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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 ‘커피가 있는 풍경’

질풍노도 청춘시절 청주의 베이비부머세대들에게 본정통, 지금의 성안길은 놀이문화의 판도라와도 같았다. 본정(本町, 혼마치)의 말뜻대로 `번화(繁華)한 중심가' 그 자체로 친구는 물론 커피와 술, 음악 등 없는 게 없었으니 말이다.

그 시절 청년들의 놀이문화는 `팝송과 고고, 통기타, 찻집과 음악다방, 캠핑과 대학가요제, 베이커리, 미팅, 고고장 그리고 술과 커피'로 요약된다. 커피값이 조금 싼 `송아지, 심지, 세븐, 짐다실, 교차로, 25시, 황실' 등 다방이 있었고, 뮤직박스속 DJ가 판을 틀어주던 `세레나데, 금상, 어게인, 모네, 신라다방' 같은 음악감상실도 있었다. 특히 커피전문점은 벗들과 소통하던 주요 장소중 하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카네, 가젤, 이가, 커피가있는풍경, 크로이첼, 예작, 투데이, 레인, 공간, 리버사이드, 이상' 등이 떠오른다.

그중 1985년 성탄절을 보름 앞둔 12월 10일 우체국옆 남문로2가 78-8번지 당시 고려당 2층에 들어선 `커피가있는풍경'은 모든 면에서 가히 혁명적이었다. 커피셋, 프림둘, 설탕둘 하던 다방커피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커피전문점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목재로 된 일본식 박공지붕을 그대로 살린 다락방식 복층구조를 기본으로, 성안길 편으로는 ㅁ자형의 스기원목 바테이블을 길게 배치하고 그 안에서 바텐더 정연우가 손님들을 사방팔방 개별적으로 응대하였다. 천장에는 계절별 색다른 패브릭등을 달았다. 메인 커피인 브라질과 콜롬비아 그리고 모카를 블랜딩한 동서식품의 깡통커피를 융드립으로 내렸고 하와이안 코나같은 고급커피는 따로 필터나 싸이폰으로 내렸다. 그때는 싱글 오리진이란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어서 스트레이트커피라고 했다. 브랜디를 섞은 카페로얄, 헤이즐럿도 핫한 아이템이었고 커피머신이 귀하던 시절, 에스프레소는 모카포트로 제공하였다.

커피잔도 모양별, 컬러별로 다양하게 구비하여 그날 분위기에 맞는 잔을 골라 커피를 제공하였고 단골의 경우 개인 잔을 동(銅)으로 제작한 컵걸이에 보관해 놓고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언제나 샹송, 칸쏘네, 팝송, 가요, 클래식 음악이 LP를 통해 흘러나왔다. 드라마와 영화도 찍고 유명인들도 앞다투어 방문했다. 당시로서는 커풍공간 전체가 커피의 성지요, 특별한 신세계였다.

이러한 신세계는 바깥주인 조항선의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대중 친화적 건축물'에 대한 지속적인 고집과, 그 공간이 효율적인 장소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전략적 아이템에 진심인 안주인 이영희의 합작품이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커풍'은 아쉽게도 1993년 문을 닫는다. 하지만 조항선, 이영희의 콜라보는 이후로도 `잉카의작은마을(1986~1990)', `조아저씨통나무집(1990~1997)', `카페다다오(2004~2013)', `커피마켓플레이스(2016~2018)'를 거쳐 지금 성안길의 `카페광순'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돌아보니 우리들은 팔팔하던 청춘시절부터 평생 그 환상의 콜라보에 빚을 지고 있었다. 그 콜라보가 앞으로 `카페광순'에서 어떻게 옛추억을 소환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게 될지 자못 기대가 크다. 그저 터져나오는 `추억여행의 설레임'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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