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존도 높아지는 ‘탈원전의 역설’이 현실
원전의존도 높아지는 ‘탈원전의 역설’이 현실
  •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 승인 2023.06.27 1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제로(Net Zero) 칼럼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원전고수냐 탈원전이냐를 둘러싸고 역대 정권마다 논쟁과 논란을 빚고 있다. 지금도 수면 아래 있을 뿐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했던 지난 정부 때 원전고수 학자들의 탈원전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소위 보수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탈원전정책을 앞장서 비판했다. 마치 탈원전정책을 둘러싸고 보수-진보로 가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소위 일부 진보 쪽에선 탈원전이 아니고 감원전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원전을 완전 부정하는게 아니고 점진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가는 게 진정한 탄소중립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다. 소위 탈원전, 감원전을 정책기조로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했던 정부의 원전의존도가 실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탈원전의 역설이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2020년 연간 원전 이용률은 75.3%, 올해 5월까지 원전 이용률은 78.6%를 기록했다.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한 2018년 65.9%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9년 70.6%를 찍는 등 2년간 해마다 가파른 반등추세를 보였다. 지난 10년간(2011~2020년) 평균 연간 이용률은 78.15%였는데 60%대로 떨어진 것은 2018년이 유일하다.

이같이 원전 의존도가 높아진 점은 석탄발전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그 빈자리를 가스(LNG)발전으로 채워오다 2020년부터 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전 이용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늘면서 `가성비' 좋은 원전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 것이다. 겨울철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지속되면 에너지 가격은 내리지 못하고 이럴 경우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원전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원전 효율성 대체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탄소중립 추진의 일환으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꾸준히 줄여왔고, 석탄발전을 급격히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대폭 늘렸지만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7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설비용량은 1만976㎿에서 2020년엔 2만545㎿로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률 탓에 실제 발전량은 2배로 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은 특성상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가스발전을 늘리면서 보완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스발전은 연료비와 유지·보수비가 비싸다 보니 경제성이 떨어졌다. 결국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가스발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원전 발전량과 이용률이 줄지 않고 늘어나게 된 것.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경제성을 감안할 때 기저발전은 석탄과 원전뿐인데 석탄은 미세먼지 때문에 가동을 줄여야 하고, 가스발전은 원가가 높아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브리지 전원' 역할만 할 수 있어 결국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탈원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당장 수용하기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원전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만이 실질적인 탄소중립의 길이라면 그길을 향해 가야하는 것도 모두가 감내 수용해야할 현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