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수직적 조직문화·민원 스트레스 … 공직 떠나는 청년들
저임금·수직적 조직문화·민원 스트레스 … 공직 떠나는 청년들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6.15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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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상반기만 16명 퇴사 … 재직기간 3년 미만
청주시는 지난해 22명 의원면직 … 5년새 11배 ↑
“치열한 경쟁률 뚫고 입성했는데 … 워라밸도 없어”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충북도내 청년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

경제 불황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높은 안정성으로 이른바 `철밥통'이라 불리며 큰 각광을 받았던 공직사회의 변화상이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벌써 16명의 청년이 재직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공직사회를 떠났다.

전체 의원면직 인원(24명)의 과반을 넘긴 수치다. 지난해에도 전체 의원면직 인원 38명 중 15명이 재직 3년 미만의 청년들이었다.

청주시의 경우 2017년 기준 2명이었던 재직기간 3년 이내 퇴직자 수는 지난해 22명으로 5년 만에 11배나 급증했다.

낮은 임금과 수직적인 공무원 조직문화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힘겹게 공직사회에 입성한 청년들의 퇴직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지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청년들에 따르면 청년들이 공직사회를 떠나는 이유는 직렬과 기관에 상관없이 대개 3가지로 압축됐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 공직사회 특유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민원 스트레스였다.

충남 예산군의 모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새내기 공무원 A씨도 월급날 통장내역을 볼 때면 마음이 복잡하다.

A씨는 “기본급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아무래도 생활하기 빠듯하다”며 “사기업에 취업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연봉이 두배에서 세배 가까이 차이나다 보니 가끔은 `다른 일을 해볼걸 그랬나'싶다”고 말했다.

청주시청 소속 2년차 공무원 B씨 또한 “공무원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워라밸이 좋다고 해서였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그렇지 않다”며 “야근·출장 없이 한달에 들어오는 돈이 식비 14만원 포함 총 185만원인데 임금에 비해 업무량이 너무 많아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가 온다”고 토로했다.

봄에는 산불 대비 비상근무에 지역축제 동원, 선거 때는 투표사무원, 겨울엔 제설, 상시 주말 당직 등 추가 근무가 많다 보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주변에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기업이나 전문직을 준비 중인 친구들도 몇 있다”며 “나이대나 연차가 비슷한 또래 공무원들이 그만두는 걸 볼 때면 `다들 더 발전하려고 여길 떠나는데 나만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미래가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시내 한 우체국에서 일하는 우정직 공무원 C씨는 “사기업에 비해 개인의 성과를 중요시하지 않는 곳이다 보니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조직 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보험·예금을 다루는 우체국 특성상 강성 민원도 많은데 그런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일선 직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일이 터져야만 대처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평생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고 앞날이 걱정된다”며 “퇴직하려고 마음도 굳혔지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정윤채기자

chaezip12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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