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82>
궁보무사 <38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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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보내 주는 것 일천석 정도 보내주시면…"
13. 문백전선 이상있다

글 리징 이 상 훈

그러자 창리는 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오동동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듯이 말했다.

"본디 살찐 두꺼비같이 생겨먹은 옥성(玉城)의 취라성주(吹羅城主)는 매우 탐욕스러운 인물이기에 겉으로는 상냥하고 다정한 척 굴다가도 언제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리 팔결성의 기름진 오창평야를 한 입에 꿀꺽 집어삼키고자 단단히 벼르고 있는 중이옵니다. 우리가 지금 한벌성과 대치를 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마당에 그마저 신경을 써야한다면 참으로 어려운 형국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취라성주에게 반기(叛旗)를 든 문강과 백락에게 우리가 군량미를 듬뿍 보내주는 등 확실하게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대치 상태가 오래가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 큰 득(得)이 되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으음. 알았소! 그러니까 이를테면 '내 적(敵)의 적(敵)은 결국 우리 편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로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문강과 백락 장수에게 양곡 삼백석을 당장 보내주도록 하시오. 인질의 대가로 말이요."

오동동이 이제야 비로소 뭔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기왕에 보내 주는 것이오니 아예 일천석 정도를 보내주는 것이 어떠하온지요"

"으응 일, 일천석씩이나요"

오동동이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창리를 쳐다보았다.

"기왕에 도움을 줄 바에야 이 정도쯤은 보내주어야만 문강과 백락이 크게 안심을 할 것이고, 따라서 용기와 힘을 얻어 옥성의 취라성주에게 맞대응하여 오래도록 싸워줄 것입니다. 양곡 일천석이 지금은 당장 버리는 것 같아 보여도 가까운 장래와 먼 장래를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큰 투자를 해놓는 셈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옵니다. 지금 시급을 다투어 행하여야만 할 일이옵니다."

창리의 말에 오동동은 잠시 고민을 해보다가 마침내 결심을 한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리며 천천히 힘주어 말했다.

"알았소. 그럼, 그리 하도록 하시오. 이에 대한 것은 내가 책임지고 아버님(오근장성주)께 잘 말씀드리도록 하겠소."

한편, 문강 장수는 자기 동료 백락 장수와 이것저것 한참 얘기를 나누고 난 다음, 힘이 세고 몸이 날래 보이는 부하 세 명과 함께 상대편 봉죽(鳳竹) 장수와 만나기로 약속된 장소로 나아갔다.

마주 바라보고 있는 야트막한 두 산꼭대기에서 가파르게 아래로 내려오다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모여지는 중간 지점.

묘하게도 바로 그곳에는 자그마한 오두막집 한 채가 달랑 있었는데 마침 그 집 안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텅텅 비어있었다. 아니, 비어 있다기 보다는 그집 주인과 가족들이 대치중인 군사들에 놀라 모든 걸 팽개쳐 버린 채 급히 피난을 가 버렸다는 것이 제대로 된 표현일 것이다.

그러니 이곳은 얼핏 봐서도 무장한 병력을 서로 마주 대한 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측 진영(陣營)의 두 장수가 대표로 나와 자기 진영을 뒤로 한 채 서로 만나 협상 따위를 벌이기에는 더말할 나위 없이 딱 좋은 장소였다.

문강장수가 몹시 긴장된 모습으로 부하 세 명과 함께 약속된 장소를 향해 자기 진영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갈 때에, 상대방 측에서도 봉죽장수가 자기 부하들과 함께 서로 마주보듯 천천히 걸어내려 오고 있었다.

이들은 적당한 어느 지점, 그러니까 피차 백여 보정도 떨어진 지점에 다다르자마자 자연스럽게 딱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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