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안 뽑은 사람”… 충북교육청 공문에 노조 ‘발끈’
“잡초 안 뽑은 사람”… 충북교육청 공문에 노조 ‘발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5.08.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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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적시 인격 훼손 … 김병우교육감 문제 인정 재발 방지 약속
충북도교육청이 보낸 3쪽짜리 공문에 교육청 노조가 발끈했다.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충북교육청지부에 따르면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최근 ‘공직기강 확립 철저’란 제하의 공문을 도내 교육기관과 각 학교에 내보냈다.

올 여름 복무감사를 벌여 기강이 풀어진 공무원을 적발해냈으니 각 기관은 특별직장교육을 통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라는 것이 공문의 핵심이었다.

이 공문은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공립 유·초·중·고교 등 도내 450여 개 교육기관에 발송됐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첨부하지 않았어도 될 적발사례를 공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10개 교육지원청에 ‘교직원 대상 집합교육을 시행할 때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면서 공개한 감사 지적사항이 문제가 됐다.

도교육청은 2011년 한 학교에서 벌어졌던 교육공무직원 A씨의 위반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공문에 붙어있는 A4용지 2쪽 분량의 ‘지방공무원 의무 및 행동강령 위반 사례’였는데 도교육청은 이미 징계절차까지 마무리된 특정인물의 위반사례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공무직원 B씨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행위는 화단·운동장·사택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점, 돌고르기 작업과 시험지 복사를 하지 않은 점, 배구대회에 무단참석한 점, 수목에 물을 주라는 지시를 어긴 점, 청소원으로부터 양주 1병을 선물로 받은 점 등이었다.

이 공문을 접한 노조는 반발했다. 특정인물, 특정직군의 사례를 너무 구체적으로 밝히는 바람에 개인의 인격권과 공무직 전체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것이 반발하는 이유였다.

공무원노조는 김병우 교육감을 항의방문해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김 교육감도 매끄럽지 못한 공문시행이었음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노조는 항의방문 직후 모든 조합원이 볼 수 있는 ‘논평’을 냈다. “1개 학교의, 그것도 2011년 당시 교육부가 ‘상사의 잘못된 업무지시’였음을 인정한 사안인데도 교육청이 이를 무시하고 시시콜콜한 사례까지 공개했다”며 “참으로 한심한 수준 이하의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노조 간부는 “모든 교육가족이 경각심을 갖게 하려면 학습용 로봇구매비리와 같은 대형사안을 공개했어야 맞다”면서 “전환직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되짚어봐야겠다”고 말했다. 노조원 이모씨는 “비록 A씨를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공문을 자세히 살피면 A씨가 누군지 다 알게 된다”며 “이건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노조는 논평에서 “이참에 전환직렬 문제 전반을 논의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라”고 교육청에 공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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