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높았지만… 시민들은 극히 차분했다
한반도 긴장 높았지만… 시민들은 극히 차분했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5.08.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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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22일까지 중단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수도권 핵심통로인 김포공항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온했다.

지난 22일 취재팀이 둘러본 김포공항 곳곳에는 자녀를 데리고 휴가를 떠나려는 부모들 혹은 단체 여행객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이 쉽사리 눈에 띄었다. 북한과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지만 막바지 휴가시즌의 계획을 어그러뜨리진 못하는 양상이다.

대학 친구와 함께 여행차 일본으로 떠난다는 김모(22·여)씨는 "북한의 최후통첩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은 있다"면서도 "이번 여행 일정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여행 계획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잠시 한국을 방문했던 서지원(19)군은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도 (이번 북한 도발로 인해) 출국을 서두르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늦은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여인성(26)씨는 "군필자로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 뉴스와 관련해 불안감은 전혀 없다"며 "매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시기마다 있는 가벼운 도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출국은 계획된 여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북한 도발로 출국을 망설였던 이들은 간혹 있었다.

남편 및 자녀와 함께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권모(40·여)씨는 "북한이 최후통첩까지 했다는 얘기를 듣고 여행을 취소할까 했지만 갑작스레 표를 취소하기가 번거로워 계획대로 출국하기로 했다"며 "출국하더라도 뉴스를 통해 국내 상황을 계속 주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다 휴가차 한국에 들렀던 이상훈(44)씨는 "미리 잡혀있던 일정대로 출국하는 것"이라면서도 "전쟁이 일어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이나 나이가 있는 어른들은 걱정스러운지 가족과 함께 있자며 출국을 만류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도발이 실제 전쟁으로 일어나리라고 보는 시각 역시 드물었다.

일본 여행을 떠나는 박아람(23·여)씨는 "도발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 않으냐"며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사재기도 없었다고 들었다. 전쟁이 나면 북한도 손해일 텐데 전쟁이 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소규모 충돌을 예상하는 시각은 있었다. 가족여행을 떠나는 박모(44)씨는 "김정은 정권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에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휴전선 인근에서 크고작은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 막바지인 이날엔 총 5730명이 김포공항을 이용해 한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달 8월 1~3주 토요일 출국자 평균치인 5523.6명 및 당초 이날 출국자 예상치였던 5639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22일 실제 공항 이용객은 예상했던 범위 내"라며 "평상시 토요일 이용객과 비교했을 때 북한의 도발로 인해 출국자가 급격히 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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