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이스피싱 계좌 제공, 형사상 무죄라도 배상책임"
법원 "보이스피싱 계좌 제공, 형사상 무죄라도 배상책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4.10.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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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이 대포통장을 이용하도록 계좌 정보를 제공했다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더라도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A씨는 지난 4월9일 "당신 아들을 잡아뒀다. 목숨 값으로 3000만원을 보내주면 살려주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곧바로 전모씨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로 580만원, 윤모씨 계좌로 560만원, 김모씨 계좌로 580만원, 최모씨 계좌로 1780만원 등 3500만원을 보냈다.

협박 전화를 건 목소리의 주인공이 불러준 계좌로 입금한 것이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람은 전씨의 계좌에서 300만원, 윤씨의 계좌에서 559만원, 김씨의 계좌에서 579만원, 최씨의 계좌에서 670만원을 빼갔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인출해가지 못한 1100만원을 겨우 돌려 받았다.

전씨 등 4명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구직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린 업체 담당자에게 급여통장이나 회사 출입 보안카드를 만드는데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계좌 비밀번호와 현금카드 등을 건넸다. 이 정보는 고스란히 보이스피싱 일당의 대포통장으로 활용됐다.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계좌를 준 전씨 등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그러나 이들에게 부당이득금 반환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구지법 제23민사단독 박영기 판사는 A씨에게 전씨는 90만원, 윤씨는 167만원, 김씨는 173만원, 최씨는 20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일부 인용한 것이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이 금융 사기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불법행위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 형사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어도 민사상 과실에 의한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까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또 "보이스피싱 범죄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돈을 잘못 이체한 원고의 책임이 있어 피고인들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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