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기 모양 자위기구 음란물 아니다”
“여성 성기 모양 자위기구 음란물 아니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04.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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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대법 '성적 도의관념 위배' 판례 정면 배치 … 최종 결정 주목
법원이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음란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번 판결은 2003년 남성용 자위용품을 놓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며 음란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향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16일 성인용품점에 여성 성기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진열한 혐의(음란물건 판매 등)로 기소된 A씨(52·여)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성의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해 여성 성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음란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개인이 이런 기구를 구매해 활용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기구가 실제 여성 성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으면 음란하지 않고, 유사하면 음란하다고 보는 것은 기준이 모호한데다, 자위기구의 본질적 기능과 목적에 비춰볼 때 유사성 정도가 음란성의 기준이 돼야 하는지도 의문스럽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이런 기구의 활용과 같은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성문화가 한층 발전한 시대상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법의 판단도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성용 자위기구는 과거 실제 성기와 유사한지에 따라 음란물 판단 여부를 다르게 해석하다가 2003년 5월 대법원 판례 이후 사실상 음란물로 굳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한 성인용품점 업주에 대해 “여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한 자위기구를 진열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했다.

거꾸로 남성 성기를 본뜬 여성용 자위용품에 대해 대법원은 2000년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남성 성기를 연상케 한다는 정도만으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항소심의 무죄판결에 따라 검찰은 재판부의 법리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상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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