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을 ‘우리밀 도시’로 만들자
천안을 ‘우리밀 도시’로 만들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3.06.18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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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천안의 대표 먹거리가 뭘까? 천안에 대표 음식이나 음식점은 있나?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8월 30일~9월 15일)를 앞두고 생각해 본다.

엑스포를 구경오는 관람객 중 ‘천안 맛집’을 인터넷 검색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천안 맛집’으로 검색되는 음식점 중 천안에 사는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집이 몇 군데나 될까.

창피한 수준이다. 천안 맛집으로 30, 40년 전통 맛집은 거의 없고 최근 개업한 집이나 심지어 프랜차이즈점의 천안지점까지 오른다. 엑스포 이름에 걸맞은 웰빙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천안을 찾는 엑스포 관람객은 현지 음식을 한 끼 정도 먹어 보고자 할 텐데 걱정이다.

천안시는 엑스포 행사 준비에만 힘썼지 먹거리까지 신경 쓰진 못했다. 시가 나선다고 하루아침에 천안의 대표 음식이 솟아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5년 전부터 천안 먹거리 판도를 바꿀 움직임이 일었다.

천안 광덕면의 농민 이종민씨(54)를 중심으로 우리밀 농사가 시작됐다. 천안시도 이들을 도왔다. 밀과 벼, 2모작을 하려면 밀 수확 후인 6월에 모내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농법 기술 지원을 했다.

이씨는 농민들을 설득해 우리밀 재배에 동참시켰다. 2011년 천안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수확한 밀의 판로까지 책임졌다. 현재 농가 18곳이 100ha에서 연간 300톤의 우리밀을 생산하고 있다.

며칠 전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천안에서 12개의 호두과자점을 운영하는 천안옛날호두과자(대표 민재홍)에서 천안 우리밀 수매를 약속한 것이다. 연간 250톤 정도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천안 농민 18명 생산량의 83%다.

이씨는 친환경농법 밀 재배는 물론이고 밀의 영양소인 배아를 최대한 살려 도정해 공급할 계획이다. 천안의 대표 먹거리인 호두과자를 명품화하는데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 이씨는 이번 우리밀 수매 약속을 계기로 우리밀 소비가 늘고 생산 농가도 함께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천안 호두과자 집들은 전국의 ‘짝퉁 천안호두과자’와 차별화를 위해 우리 밀, 우리 호두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생산비 증가, 시민들 호응 부족 등으로 중도 포기한 곳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 천안의 대형 호두과자 업체가 우리밀 사용을 선언해 다시금 천안호두과자 명품화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업체는 우리밀에 블루베리를 첨가한 ‘웰빙 호두과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아쉬웠던 옛일이 떠올랐다. 2010년 천안식품엑스포를 3년여 앞두고 천안 명품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제안이 나온 적이 있다. 이씨의 우리밀 생산과 발을 맞춰 이참에 천안을 ‘우리밀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천안의 호두과자 비롯해 칼국수, 자장면, 빵 등 밀가루 사용 음식은 모두 우리밀로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외지인들에게 “천안에 가면 우리밀 칼국수, 우리밀 자장면, 우리밀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자는 것이다. 엑스포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천안의 명물을 내놓는 셈이다. 이 제안은 시 관련 부서의 미온한 대처로 불발로 끝났다.

늦었지만 다시 시작해 보자. 옛날호두과자처럼 대량 밀가루 사용업체가 천안밀 사용 분위기를 이끈다면 파급 효과는 클 것이다. 거기에다 시에서 이런 업소에 일부 혜택을 주고, 언론에선 참여업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엑스포를 71일 남겨둔 시점에서 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천안이 엑스포만 바라보고 사는 도시는 아니니까 ‘천안 우리밀 도시’사업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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