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원들, 공주박물관 왜 갈까
천안시의원들, 공주박물관 왜 갈까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9.19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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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천안 시의원들이 20일 오후 국립공주박물관을 방문한다. 가벼운 박물관 구경이 아니라 임시회 일정에 맞춘 공식'현장 방문'이다. 현장 방문이란 지역 현안이 있는 곳을 시의원들이 직접 찾아가는 걸 말하는데 총무복지위원회 의원 10명이 지역 밖의 공주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뭘까.

그곳에 천안서 출토된 유물들이 '다량'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박물관은 2004년 신축 개관과 동시에 충남 고대문화실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공주를 비롯해 대전·논산·아산 등에서 출토된 청동기·철기시대 및 원삼국시대 유물이 모여 있다. 그런데 유달리 천안 출토 유물들이 많다. 천안의 고대 유물이 몽땅 공주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두 진품이다.

2008년 설립한 시립 천안박물관의 천안고고실. 공주박물관과 '똑같은' 천안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똑같아 보이지만 결코 똑같지 않은 것들이다. 복제된 가짜다. 천안 역사를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진품 대신 전시했다. 창피했는지 천안박물관은 유물 설명문에 복제품임을 밝히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으레 진품이려니 하고 관람한다.

이같이 천안의 '진짜'고대 유물은 천안에 없고 공주에 있다. 천안 역사가 외지에 나가 있는 셈이다.

천안박물관 개관 4년만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확인하러 시의원들이 공주로 가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진품을 본 후 곧바로 천안박물관에 와서 가짜를 살필 계획이다.

천안에서 급격한 개발에 따라 최근 10여 년 간 많은 발굴이 이뤄졌다. 발굴은 공주대박물관·충청문화재연구원 등 공주의 학술기관들이 맡았다. 이후 국가 귀속된 출토 유물들은 공주박물관과 발굴 기관에서 보관·관리하게 됐다.

두정동·백석동·용곡동 등에서 선사 유물이 쏟아졌다. 수천년 전 천안에 살았던 사람이 남긴 흔적이었다. 특히 종합휴양관광지가 조성되는 성남면 용원리에선 기원후 400년경 삼국시대 전기 무덤 150여 기가 발굴됐다. 명품들이 쏟아졌다. 중국에서 수입한 도자기, 환두대도, 검은 간토기와 다양한 마구(馬具)들. 이 것들은 당시 지배권력층이 아니면 갖기 힘든 물건이었다. 인근 성남면 화성리에서도 중국도자기, 칼고리 은새김 환두대도가 나왔다. 모든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유물이다.

이런 유물들이 고스란히 공주박물관에 수장돼 전시되고 있다. 천안박물관은 개관 4년을 넘겼으나 이 유물들을 천안으로 가져와 전시하는 노력을 펴지 않았다. 지난해 빌려와 몇 달간 특별전을 연 게 고작이다.

반면 다른 지역의 박물관은 유물 찾아오기에 혈안이다. 지난해 1월 개관한 시립 울산박물관은 곧바로 국가귀속문화재 보관·관리기관 지정을 받고 울산 출토 유물들을 여러 기관으로부터 인수하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45곳서 출토된 1만4000여 점을 '환수'했다.

군립 고성박물관도 올해 개관과 동시에 보관·관리기관 지정을 받고 외지로 나간 지역 출토 유물을 돌려받고 있다. 대전선사박물관도 지난 3월 600여점을 인수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관련 규정까지 정비해 유물 관리 능력(박물관)이 있는 지자체에 국가귀속 유물을 적극적으로 돌려주고 있다. 문화재청 담당자는 "유물은 출토지에서 전시돼야 큰 역사적 의미를 갖는데 천안박물관에선 아직껏 인수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관한 홍주박물관(홍성군)도 지역의 국가귀속 유물 인수를 신청했다.

공주박물관 방문을 계기로 천안시의원들이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천안박물관을 깨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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