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가뭄과 대학찰옥수수
미국 대가뭄과 대학찰옥수수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2.08.0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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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미국 가뭄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 농무부가 발표한 가뭄 피해지역 현황에 따르면 최근의 가뭄으로 인해 1일 현재까지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카운티 수는 총 32개주 1584개로 전체의 50.3%에 이른다. 여기에 재난 가능지역까지 합하면 미 본토의 3분의 2 이상이 포함돼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올 가뭄은 1956년 이후 가장 혹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가뭄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옥수수 주생산지인 콘벨트(Corn belt)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중 일리노이주는 102개 카운티 가운데 98곳이 재난지역에 포함됐고 미주리주는 모든 카운티가 재난지역에 들어갔다.

미국은 주요 곡물인 옥수수, 콩, 밀 등의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옥수수의 경우 콘벨트에서만 전 세계 생산량의 25%를 생산하고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조달하고 있다. 피해가 지구촌 전체에 미칠 것은 뻔하다. 주요 곡물의 작황부진에 따른 식량과 사료 가격의 상승은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가뭄사태를 유난히 걱정하는 나라들이 있다. 주요 곡물의 수입국들이다. 그 중 한국과 일본, 과테말라, 콜럼비아, 엘살바도르 등은 미국의 옥수수와 콩, 밀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특히 미국의 옥수수는 일본과 한국이 1,2위를 다툴 정도로 대표적인 수입국이다.

곡물은 다른 품목과 달리 수입선을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그 같은 특징을 역이용하려는 식량안보주의까지 합세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곡물 수출국마다 문호를 닫고 다른 꼼수를 부릴 경우를 생각해 보라. 가격 폭등은 물론이거니와 국가간의 질서유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애그플레이션보다 식량안보주의가 더 무섭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미국의 콘벨트가 대가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또 하나 우려되는 게 있다. 다름 아닌 대학찰옥수수(연농 1호) 얘기다. 대학찰옥수수는 최근 국내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상종가인 작물이다. 품종 개발자(최봉호 전 충남대교수)의 고향으로서 국내 최초 재배지이자 현재 최다 생산지인 괴산에서는 대학찰옥수수가 군민을 먹여살린다고 할 정도로 효자작물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종자를 만드는 채종지가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어 내년도 종자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일 전해지는 현지 상황들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화면에 비추어지는 옥수수밭들은 목불인견이다. 한참 자랄 대공들이 바싹 말라비틀어져 있다. 미국내 채종지 사정은 아직 전해진 바 없다. 하지만 올해 보다 훨씬 덜 했던 지난해의 기상이변에도 종자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던 것으로 미뤄보아 올 작황은 작년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종자 보급량이 희망 물량 보다 적을 경우 그 여파는 심각하다. 생산농가 입장에선 한해 농사를 짓느냐 마느냐의 문제요 지역적으로는 총생산액이 수십, 수백 억원씩 왔다갔다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희망물량보다 44%나 적게 공급됐던 지난 봄 각 지자체는 치열한 '씨앗전쟁'을 벌인 바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종자의 단일화, 획일화는 매우 위험한 농업 전략이다. 더군다나 종자주권이 없는 상태에서의 종자 단일화, 획일화는 최악이다. 달라는 가격 다 주고서도 주는 물량만 감지덕지하게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게 바로 우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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