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과 불신을 치유하자
반목과 불신을 치유하자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6.2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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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청주·청원 통합이 결정됐다. 중부권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통합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청원군민의 바람도 있고, 청원군의 독자성을 훼손당하고 청주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통합반대 군민의 목소리도 높았던 주민투표였다.

이제는 통합을 놓고 반목과 갈등으로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깊게 파인 민심을 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수긍할 수 없는 결과든 환호작약하는 결과든 이 모두 민의의 결과이기에 겸허히 수긍하고 차분히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청주·청원 통합을 추진하는 기본 바탕은 이미 지역이라는 생활공간, 역사적 공간, 심리적 공간 등으로 나눌 명분이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통합의 기본은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주민투표법에 따라 다수 의견을 수렴해 정책화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했던 소수의견도 헤아리고 보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을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가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과 관련한 고소 고발을 철회해야 한다. 법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때마다 갈등이 재현되고 상호간에 쌓인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 고발을 철회해 투표결과에 승복, 화합의 길로 나서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투표는 일방적으로 한쪽이 옳고 한쪽이 그른 선·악을 가르는 투표가 아니다. 지역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 중 선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므로 때론 서운하고 억울한 점도 없지 않았겠지만 다수 군민이 선택한 결과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하고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리고 청주·청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상호존중, 참여와 공존, 그리고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관계 형성 및 지역 구성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통합 투표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던 반목과 불신,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주민투표의 결과는 다수 선택으로 어떤 사안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통해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합의형성 과정이다. 생각이 달랐던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애당초 통합이라는 말 차제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은 민심을 모으고, 뜻을 같이하여 합의된 사항을 함께 추진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옛날 맹자는 天時不如地利(천시불여지리), 地利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라 하여 하늘이 만들어 주는 이로움보다는 지리적 이로움이 크고, 지리적 이로움보다는 사람간의 단합과 화목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주·청원 통합가치가 지리적 이로움을 극대화해 좀 더 윤택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 인화는 사람 사이에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정과 사랑이 넘치는 인간적 삶을 의미한다.

통합을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는 바로 인화(人和)에 달려 있다. 반목과 불신이 점철된 지리적 통합의 가치가 아닌 청주·청원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상생 발전하는 진보된 가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라 일컫는 주민투표는 늘 피로감과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주민의 뜻을 묻고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놓고 전체가 고민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 투표가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투표 결과에 반영된 민심을 읽고 정책에 반영하는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

소수 의견을 깊이 헤아리는 지혜와 상생발전이라는 큰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반목과 갈등, 불신이 치유돼 인화(人和)가 중심이 된 청주·청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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