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사업과 농촌의 황폐화
보조금 사업과 농촌의 황폐화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6.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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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법원과 검찰청에 출입하며 일을 하다보니 농산어촌(이하 농촌) 지역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얽혀 다투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 생각과 달리 무척 많은 마을에서 이런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마을 내의 집단분쟁은 예외없이 정부의 보조금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 마을 이장이나 부녀회 등 직책을 두고 발생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각종 사업과 회계 장부가 일목요연하게 작성되지 않았다. 소수 사람들이 사업을 장악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밖에 마을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도 일부 존재한다.

산림청의 펜션사업에 선정된 도내 한 마을의 분쟁은 위에서 든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다. 전·현직 이장과 부녀회장들은 서로 사업운용에 대해 고소고발로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분쟁과정에서 폭력과 상해,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가족과 주민들까지 여러가지 민사 및 형사사건에 계류되어 싸우고 있다. 살기 좋은 산골마을이 정부의 보조금 사업으로 흉흉해지고 황폐해져 가고 있다.

청주 인근의 한 마을은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엄청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도로확충 및 미화, 포장 외에 펜션과 찜질방 등을 지어 운용했다. 최초 기획자를 운영에서 배제시키고 운영주도권을 장악한 마을의 직책이 있는 이들이 운영을 제대로 못해 아름다운 펜션과 찜질방 건물이 흉가처럼 방치되고 있기도 하다.

농촌에는 도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 산림청의 산촌생태마을 등 수많은 정부 보조금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창구도 단일화하지 않고 정부 각 부처별로 별도의 사업을 시행하고 자치단체까지 사업에 관여하다보니 민간 복지재단 등에서 하는 사업까지 합해 그 종류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각 부처나 단체의 고유사업이 특색있게 진행되기 보다는 대체로 용지공급으로 제조업을 농촌에 끌어들이는 사업 이외에는 천편일률적으로 관광개발로 소득원을 개발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변동과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부침이 심하고 지방 고유의 문화와 환경을 훼손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외부자원에 의존하는 농촌의 정책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각 고장 고유의 자연적, 인적, 문화적 자원들을 이용한 지역주의와 상향식 접근법이 필요하다.

주민참여형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들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제안 공모형 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정보 접근에 유리한 사람들과 외부에서 사업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거나 기획사라고 하는 업체에 제안서를 위탁하여 응모하는 수밖에 없다.

고령자들로 구성된 마을의 경우 사업 자체에 응모하기도 어렵고 외부활동 경험이 있는 소수의 주민이나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주도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실질에 있어 주민 전체를 위한 사업이나 전체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이 되기 힘든 부분이다. 주민참여와 성과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마을 지도자들은 마을 개발사업의 목표를 도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 체험장, 음식점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주민참여를 일의 진행을 느리게 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비해 주민 대다수는 "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의 정비"로 이해하며 "주민참여가 사업성과를 보장하는 효율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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