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전우들의 삶 기억되길"
"고엽제 전우들의 삶 기억되길"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9.06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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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씨 전쟁수기 '피끓는 청춘을 조국에…' 출간
김용근씨
월남전 후유증으로 투병생활… 고통딛고 책 펴내

"월남전 참전이후 차츰 차츰 이유도 없이 아프기 시작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999년 고엽제로 확진 판정을 받고 곧이어 암 수술로 몇년 못살거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예상보다 오래 살고 있습니다."

환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장한 외모를 지닌 김용근씨(62·사진). 외형상의 모습과는 달리 온몸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병마와 싸우는 중이다.

눈과 귀가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고, 앉아있기조차 어렵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1967년부터 꼬박 2년동안 월남 최전선에서 보내고 돌아오니 남겨진 건 고엽제 후유증이었어요. 당시 전쟁터에는 정글을 없애기 위해 고엽제를 살포했는데 그것이 사람까지 말리는 줄 몰랐죠. 고엽제가 살포되는 날은 극성맞은 모기를 피할 수 있어 좋아했으니까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시고 먹었던 모든 것들은 고엽제에 노출된 독극물로 몸에 쌓여가며 서서히 생명을 잠식해 왔다.

"독극물을 마셨으니 겉은 멀쩡해도 내부는 정상이 아니죠. 통증을 없애기 위해 한 움큼의 약을 매일 먹어야 하고 정신적 불안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병이란 병은 다 갖고 있으니 병원이란 병원은 다 거쳐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적 문제는 아내의 몫이 되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병마를 견뎌내던 김씨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해 펜을 잡았다.

기억에서 잊히고 있는 월남전과 고엽제로 고통받은 전우들의 삶을 수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경험한 전쟁과 전쟁의 고통을 온몸에 지닌 고엽제 환자로의 삶을 가감없이 글로 담아 '피끓는 청춘을 조국에 바쳤다(도서출판 직지)'를 출간했다.

"이 책의 내용은 고엽제 전우들의 삶이라고 보면 됩니다. 충북에만도 2000여 명의 환자가 있는데 모두가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죠. 이들의 삶이 잊히지 않고 기록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년 글을 쓰는 동안 몸이 아파 끝낼 수 있을까 싶었다며 책을 펼치는 김용근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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