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의 감수성
노동인권의 감수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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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남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민노총과 성격이 아주 대비되는 보수적인 단체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있었다.

누가 봐도 부당한 해고였다. 이 노동자의 해고에 대해 호죽노동인권센터에서는 주저하지 않았다. 사건을 위임받고 관련 서류를 작성해 줬다. 결국 이분은 충북지방노동위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사실 이 노동자가 보수, 아니 어떤면에서는 '극우'로도 볼 수 있는 단체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는 다는 것 이외에는 특이한 게 없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 이 특이함에 되레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흥밋거리가 되고 장난삼아 사람들 말에 회자된다.

우리 안에 논쟁이 붙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소년소녀 가장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하는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참가 문제였다. 문제는 엉뚱한데서 불거졌다. 여러 차례 진행되는 이 교육 재원의 출처가 문제였다. 바로 재원의 출처가 무노조로 대표되는 S 기업의 회장이 억지로 사회에 기부해서 만든 재단이었던 것이다.

의견은 둘로 극명하게 나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교육에 참가할 수 있다는 입장과 노동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그 그룹의 돈이 들어간 사업에 참여해선 안된다는 입장. 결론은 그 그룹의 돈과는 무관하게 다른 관계의 교육을 하자는 쪽으로 났다. 그런데 결론처럼 그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닌 일.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아이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우리는 요즘 노동인권을 이야기 한다.

사실 '인권'이란 것은 사람들의 '피부색'과 '머릿속'을 가르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인권이다. 그런 인권의 문제를 먼저 거론하면서도 간혹 '선입관'이나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즉 인권의 감수성이 머릿속의 굴레에 가둬지는 현상인 것이다. 사실 보수단체에서 일한 노동자의 문제가 흥미로울 것도 없다. 부당한 해고이면 부당한 것이지 다를게 없는 것이다. 소년소녀 가장인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을 소개하고 그 아이들이 스스로의 인권을 지켜낼 상식을 소개하는 것이 우선이지 사실 그 다음의 문제가 그 아이들하고 무슨 관계련가.

그런데 역시 생각보다는 쉽지가 않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건물의 아랫동에서 한 여성청소년노동자가 해고됐다. 근로기준법으로 보아도 부당해고가 명백해 보인다. 도덕적으론 더 심각해 보인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시민단체라는 것, 아랫동 윗동에 같이 산다는 것.

이런 관계틀에서 쉬이 빠져 나오질 못한다. '노동인권의 감수성'. 여기에 충실해야 되는데 이리저리 비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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