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물먹는(?) 고위직 인사
계속 물먹는(?) 고위직 인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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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올라가고 그 자리에 전북출신 박경배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이 내려올 참이다. 이를 두고 시중에는 정우택 지사의 정치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여론이 많아졌다. 정 지사 취임 이후 2명의 정무부지사(노화욱 이승훈)가 모두 타지 출신인데다 이번 행정부지사까지 소위 객지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이런 성격의 인사를 놓고 무슨 지역연고를 따지는 것 자체가 아주 촌스러운 구시대적 발상이다. 굳이 꼬집는다면 과거 권위주의와 지역감정이 판치던 시절의 유물인 것이다. 오히려 지역경쟁력을 정체시키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연고 주의를 깨기 위해선 외지 출신들이 더 영입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영 개운치가 않다. 비단 이번 인사뿐 아니라 최근 있은 각급 기관의 고위직 인사에서 '충북인'들이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란 중인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도 준비된 지역 인사들이 지붕만 쳐다보게 됐고, 국세청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쓸 만한 인재들이 하마평만 열심히 몰고 다녔지 막상 그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이번 행정부지사 이동에 대해 도민들이 느끼는 소회(所懷)도 바로 이런 데서 비롯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사가 문제일까 물론 누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아니라고 강변하지는 못한다. 어쨌든 도백은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말이 나온 김에 이것 하나는 꼭 짚고 싶다. 정무(政務)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는 되도록이면 지역 출신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기관이나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정치적인 운신을 추구한다면 지역에 생면부지의 인사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적격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변명이 안 된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고 부지사가 된다고 예고된 사람은 없다.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지만 그 사람을 만드는 건 직책이다.

공기관의 고위직 인사에서 이곳 출신 인사들이 자꾸 밀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도지사의 책임이 아니라 총체적인 힘의 부재가 원인이다. 물론 일만 잘하면 발탁되는 게 정상이지만 고위직 인사는 여전히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정치적인 변수가 다분히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역 출신 인사들의 인적 인프라가 중앙무대에서 힘을 못 쓰면 어느 기관에서든 찬밥신세는 불문가지다.

지금 충북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중앙무대에서 말발이 안 먹히는 현실이다. 정치적 스타가 없으니 당연히 여론을 만들거나 몰고 다닐 수가 없다. 충북에 힘이 있다면 이종배 부지사는 듣기에도 헷갈리는 무슨 위원이 아니라 장차관도 가능하다. 그는 이미 중앙 관가에서도 일 잘하는 고위 관료로 정평이 나 있다.

할 말은 아니지만 만약 왕실종친 이상득이나 훈구대신 이재오는 못 돼도 MB양자 정두언 정도의 지역 인물만 있다면 지금처럼 상실감을 곱씹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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