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꽁지가 길면 무척 춥다고 하는데…
무 꽁지가 길면 무척 춥다고 하는데…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0.21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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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널뛰기 실험을 하는 걸 본 적 있다. 두 여성 전문가가 출현한 그날 실험은 사람이 널을 뛰어 얼마나 높게 울라갈 수 있는 가를 확인하는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두 출연자는 5m를 훨씬 넘게 뛴 것으로 생각된다. 가히 놀라운 높이다.

두 출연자는 그런 실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될 줄 알았더니 해보니까 된다"며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웬 뜬금없는 널뛰기 실험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당시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출연자의 널뛰는 모습이 마치 올해 날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땅을 박차고 올라갔다 이내 내려오는가 싶으면 또다시 올라가는 모습에서 거의 일년내내 극과 극을 오가며 이상기온을 보인 올해 날씨가 연상됐던 것이다.

기실 올해처럼 날씨가 널뛰듯 한 적도 드물 것 같다. 겨울 끝자락에 봄이 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여름 날씨가 이어졌고 또 그런가 싶더니 수은주가 곤두박질쳐 한동안 겨울·봄·여름날씨가 공존하는, 참으로 이상한 날씨가 연출됐다.

어디 그 뿐인가. 예년 같으면 서늘해질 시기인 처서·백로·추분 절기에 낮기온이 연일 30도를 웃돌더니만 어느날 갑자기 수은주가 떨어져 하루 아침에 반팔차림에서 두터운 겨울옷으로 갈아입게 했고 최근엔 또 다시 이상기온이 이어져 온 나라안을 '이상한 패션쇼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람만 어리둥절했던 게 아니다. 보통 5월 중순쯤 꽃망울을 터트리던 철쭉꽃과 팥배나무가 4월 중하순쯤 흐드러지게 폈고 6∼7월에나 피던 매발톱꽃도 5월초에 꽃을 피웠다.

극과 극을 오르내리는 수은주와 그에 따른 극심한 일교차, 수시로 내린 된서리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생태계에 이상징후까지 나타나 모기와 병해충이 조기 출현하고 산란기를 맞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지 못하고 일년내내 방황했다.

농축산물 피해는 또 어떠했나. 벼 수확철인 요즘에 와서야 누런 들판만 보고 대풍이니 떠들고 있지만 지난 일년간 이상기후로 애간장 태운 농축산가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급격한 기온변화로 꿀벌이 떼죽음 당해 가슴 쓸어내렸던 양봉업자들, 산란율이 크게 떨어져 하소연하던 양계농가들, 애써 심은 고추묘가 얼어죽어 두세번 심어야 했던 농부들, 어린 열매가 동해를 입어 일년농사 다 망쳤다고 울먹이던 과수농가들.

이 모두가 '기상 쓰나미'로 인한 아픈 가슴들이었다. 극심한 가뭄은 또 어떠했는가.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으로 온 산야가 타들어가 산에서는 버섯 산출량이 크게 줄고 밭에서는 채소 등 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와중에 올겨울 기온이 무척 추울 것이라는 달갑지 않은 전망이 촌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내용인 즉슨 가뭄이 들어 무의 꽁지가 길게 자라는 해는 영락없이 추운 겨울이 온다는 데 올해 무 꽁지가 무척 길게 자란다는 것이다.

취재 현장서 만나는 노인들마다 그런 전망을 하니 한편으론 걱정도 되고 또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해 실제 무를 뽑아보니 과연 꽁지가 길다. 언젠가도 언급했지만 자연현상을 보고 일기를 점쳐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본래는 관천망기(觀天望氣)라 하나 기자는 하늘 대신 자연현상을 들어 관연망기(觀然望氣)라 부름)라 생각하니 그 전망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치솟은 물가와 공공요금으로 서민경제는 갈수록 벼랑으로 내몰리는 데 머지않아 '황소바람'같은 추운 겨울이 온다니 참으로 걱정이다. 나라안이 하도 시끄럽고 어수선해 날씨마저 자꾸만 심통() 부리는 것같아 마음이 영 편칠 않다. 언제나 우리 사회에 화롯불 같은 훈훈한 바람이 불어올는지 괜히 하늘만 쳐다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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