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문백전선 이상있다
289.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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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4>
글 리징 이 상 훈

"매성과 평기 대신의 비리를 빠짐없이 기록해 두었소"

"휴우∼"

서리는 허둥지둥 뛰어가는 염치 내외의 뒷모습이 짙푸른 숲 속으로 완전히 감춰지자 뜻 모를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었다. 그리고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오만상을 잔뜩 찌푸린 채 굽은 허리를 돌려가지고 아까 내려왔던 곳으로 서리가 천천히 걸음을 다시 옮기려고 하자 몹시 숨 가쁘게 외치는 목소리가 그의 목덜미를 확 끌어 잡아 당겼다.

"서리! 잠깐 나 좀 봅시다!"

서리가 돌아다보니 방금 떠난 줄로 알았던 염치였다. 염치는 너무 급하게 뛰어왔는지 조그만 얼굴을 온통 새빨갛게 물들이며 거친 숨을 학학 몰아내 쉬고 있었다.

"아니, 왜 돌아오셨소"

서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염치에게 물었다.

"내 아무리 급하고 시간이 없더라도 반드시 이 말은 꼭 전하고 가야겠소이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아까 내가 타고 왔던 마차 안을 샅샅이 뒤져보시오. 틀림없이 그 안에는 매성 대신과 평기 대신이 이제까지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저지른 비리(非理)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기록해 둔 것이 있을 거요. 목천은 그걸 가져다가 아우내왕께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시오. 왕께서 그걸 보시는 즉시 매성과 평기에게는 불벼락이 떨어지고 말 것이니. 솔직히 나 염치만 억울하게 당한 채 쫓겨날 수는 없지 않소"

"알았소! 내 꼭 그렇게 하리다."

서리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있긴 하다만 혹시라도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자칫 모르고 지나칠까 두려워 내 한 가지만 강조해서 직접 알려드리리다. 매성의 부하인 봉항과 용두. 요 두 인간은 겉으로 보기엔 말짱하고 또 점잖게 보이지만 실제 그 속을 알고 보면 더럽고 추잡하기가 이를 데 없는 것들이라오. 이들은 부부 동반을 하여 틈만 나면 산으로 들로 놀러가곤 한다는 데 밤마다 술 처먹고 이들이 무슨 해괴한 짓을 벌이는 지 아시오 실수로 그러는 것처럼 서로 가장을 해가지고 부부 잠자리를 슬그머니 바꿔치기하곤 한다오. 사람이 술에 취하면 정신이 몽롱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해 준다면 그건 큰 오산이라오. 남자야 술을 마시고 늘 파대던 가락이 있으니 간혹 자기 마누라 것인지 모를 수도 있다하겠지만 그러나 배꼽 도장을 찍을 적마다 대하는 자기 남편 몽둥이를 아내가 어찌 몰라볼 리 있겠소 이건 순전히 실수를 가장하여 고의로 즐겨 보고자하는 가증스런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오. 서리! 생각해 보시오! 이게 짐승들이

나 할 짓이지 어찌 사람들이 할 짓이요"

염치가 분통을 터뜨리듯 목소리에 온통 열을 내가며 말했다.

"잘 알았소. 염치! 내 목천 장수께 자네가 지금 한 말 그대로 전해 드리리다."

서리가 그의 말을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어디 이 뿐이겠소 그리고 . 아 참! 지금 내가 쫓기는 몸인지라 보다 자세한 얘기를 못하겠구려. 아무튼 내 마차 안에 있는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보다 기가 막히고 한심스러운 사례들이 수도 없이 많이 튀어나올 것이오. 그럼 난 바빠서 이만."

염치는 이렇게 말하고는 아까 갔던 방향으로 허둥지둥 다시 뛰어가 버렸다.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고 재주가 있어봤자 뭐해 저렇게 경망스러우니, 쯧쯧쯧."

서리가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릴 때 갑자기 거한(巨漢) 하나가 그 앞에 불쑥 나타났다. 바로 목천(木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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