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문백전선 이상있다
284.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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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99>
글 리징 이 상 훈

"목천, 내 사부님의 사위인 자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목천! 이거 왜 이래 설마 우리를 이렇게 묶어서 왕 앞에 데려가려는 건 아니겠지"

염치가 몹시 당황해 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병천국 백성이 몰래 나라 밖으로 도망치려다가 잡히면 그에게 죄가 있든 없든 역모(逆謀)죄로 취급되어 무조건 사형! 그런데 그 사형시키는 방법이 몹시 잔혹하고 끔찍스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몸이 꽁꽁 묶인 상태로 개처럼 병천국 내 이곳저곳을 두루 끌려 다니며 조롱당하고 간혹 던지는 돌멩이에 얻어맞는 것은 기본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내 거리에서 뜨겁게 달군 불인두로 온몸이 지져지는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난 뒤 네 팔다리와 머리를 소와 말의 허리에 제각각 묶어가지고 동시에 서로 반대 방향에서 잡아끌어 당기게 한다. 그러니 그 결과는 보나마나 처참한 걸레 조각 꼴!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염치이기에 그가 지금 이렇게 몸서리를 칠 정도로 겁을 낸다는 것은 결코 심한 엄살이 아니리라.

"염려 마시게나. 우리는 아직까지 염치 자네를 사로 잡아오라는 정식 명령을 받지 못했다네. 하지만 혹시 또 모르지. 염치 자네가 도망친 줄을 알아챈 왕께서 반드시 사로 잡아오라는 명령을 우리에게 내리실는지."

목천이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휴우. 그럼 어쨌거나 다행일세. 목천! 그나저나 내 몸에 묶인 이 밧줄을 풀어줄 수 없겠나 내 숨 쉬기가 너무 불편하고 답답해서 그러네."

염치가 목천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말했다.

"그건 안 돼."

"뭐 왜"

염치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목천에게 물었다.

"어차피 자네 부부는 군법(軍法)에 따라 죽어야만할 목숨이야. 곧 죽을 사람에게 묶인 밧줄을 풀어줘 봤자 뭐 하겠는가 자 얘들아! 저들을 절벽 아래로 냉큼 집어 던져라!"

목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부하들이 성큼성큼 염치 부부 앞으로 다가갔다.

"으아악! 목천! 목천! 이거 왜 이러는가 정말로 자네가 우리를 죽일 셈인가"

꽁꽁 묶인 염치가 길길이 날뛰며 외쳤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어머머! 이놈들아! 어디다 감히 손을 대느냐"

몸집이 큰 그의 아내도 묶인 채로 악을 바락바락 써대며 격렬히 반항했다. 그러자 병사들도 섣불리 염치 아내에게 다가가지 못해 쩔쩔 맸다.

"아무래도 요 커다란 육돈(肉豚) 같은 계집부터 집어던져야겠다. 요 조그만 놈은 나중에 천천히 혼자서 집어 내던져도 되겠지만. 자, 얘들아! 살찐 암퇘지 한 마리 잡는 셈 치고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요 커다란 계집부터 해치우자꾸나!"

선임자로 보이는 어느 병사가 이렇게 외치자 다른 병사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달려들어 커다란 염치 아내를 번쩍 집어 들어 올렸다.

"아이고! 놔라! 놔! 이놈들아! 난 죽기 싫다! 이놈들아! 이놈들아!"

염치의 아내는 커다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바락바락 악을 써댔지만 장정 여러 명의 힘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내가 당하는 꼴을 보자 염치는 독이 오를 대로 바짝 올랐다.

"목천! 네 놈이 감히 내게 이럴 수가 있느냐 내 사부님(아산온인)의 사위인 네 놈이 내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너도 한 번 생각해 보아라!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은 나 염치가 이곳(병천국)에 들어와 이날 이때까지 아우내 왕과 병천국 백성들을 위해 머리가 터지고 손발이 다 닳도록 열심히 일하여 잘 살게 만들어 주었거늘 그에 대한 답례가 고작 이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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