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문백전선 이상있다
27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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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93>
글 리징 이 상 훈

"참나무 숯과 왕겨를 담아놓은 짐들은 어찌했소"

염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온몸이 묶인 채 마차 짐칸 한구석에 처박혀 꼼지락거리고 있어야할 그의 아내가 아예 꼼짝 조차도 하지 않고 있으니.

"으응응"

염치는 깜짝 놀라 마차를 급히 세우고는 짐칸으로 얼른 다가갔다.

"여보! 여보!"

염치가 거칠게 손으로 잡아 흔들어보았지만 아내는 묵묵부답.

'혹시, 죽은 거 아냐'

겁이 더럭 난 염치는 아내의 얼굴 위에 걸쳐 놓았던 옷가지를 급히 치우고 다시 한 번 더 세차게 그녀의 몸을 흔들어댔다. 그러나 두 눈을 꼭 감은 아내는 침을 질질 흘리며 조그만 미동조차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 이거 큰일 났구나! 자칫하다 내가 내 몸뚱이의 두 배도 더 되는 커다란 송장을 치우게 생겼으니.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지 모른 척 그냥 내버리고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염치는 그녀의 몸에 묶인 밧줄을 칼로 급히 끊어냈다. 그리고는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을 활짝 풀어 젖힌 후 심장소리를 들어보고자 염치는 한 쪽 귀를 바짝 갖다 대었다. 바로 이때, 커다란 손바닥이 조그만 염치의 머리통을 통째로 덥석 거머쥐면서 이제까지 죽은 시늉을 하고 있던 아내가 상반신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요 놈! 요 싸가지 없는 놈! 배러먹을 놈! 너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니"

아내는 한 손으로 감싸 쥔 염치의 조그만 머리통을 커다란 자기 가슴팍에다 절구질하듯 쿵쿵 찧어대면서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아이고! 부인! 부인!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소! 아주 급해요!"

머리통을 아내에게 완전히 제압당해버린 염치가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말해 봐! 왜 나를 개돼지처럼 묶어가지고 여기까지 끌고 왔어 응 어서 말해 봐!"

염치 아내는 몹시 화가 나는지 그의 머리통을 한참이나 쥐어 박아준 다음 겨우 풀어주었다.

"여보!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실은 여차여차해서 내가 본의 아니게 급히 서두르게 된 것이요.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벌여야하는 피치 못할 일이니 부디 양해해 주시구려."

염치는 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가며 아내에게 통사정을 했다.

"그 그런데. 우리 짐들은 모두 어쨌수"

염치 아내가 갑자기 생각난 듯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염치에게 물었다.

"모든 짐들을 가져올 수가 없기에 부득이 내가 저거 하나만 가져왔소."

염치가 주방 용기를 가득 실은 짐짝을 아내에게 손으로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그 그럼. 참나무 숯을 담은 것과 왕겨를 담아놓은 건"

"그거야 별로 값어치가 안 나가는 것 같기에 내가 그냥 두고 왔지."

"뭐야 아이고, 이놈아!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그걸 함부로 두고 와. 아이고!"

갑자기 염치 아내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 채 팔팔 뛰며 소리쳤다.

"그 그럼."

"그 안에 내가 금은보옥들을 깊숙이 감춰 놓았다고. 아이고, 이놈아! 기왕에 도망칠 거라면 나한테 말 한 마디라도 물어보고 떠났어야지 겨우 이 따위를 갖고 왔어 아이고!"

울부짖던 염치 아내는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주방용기가 가득 든 짐짝을 단숨에 집어가지고 마차 밖에다 사정없이 내동댕이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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