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금강(錦江)의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38호
12. 금강(錦江)의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38호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8.01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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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알 보호 위해 산란탑 쌓는 '물속 건축가'


한강·금강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유일 고유종
건천화·투망 이용 어로행위 인해 금강서 사라져


연숙자기자 · 생태교육연구소 터


어름치는 천연기념물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물고기 중 고유종이다. 주로 한강과 임진강, 금강의 물이 맑고 자갈이 있는 중상류에 서식한다.

다른 물고기보다 일찍 산란을 하는데 4∼5월이면 물속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는다. 그리고 이를 모래와 자갈로 묻는데 그 높이가 5∼18로 산란 탑을 쌓아 물속의 건축가라 부르기도 한다. 어름치는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되었지만, 금강의 어름치는 이보다 앞서 1972년 천연기념물 제238호로 지정되었다.

지난달 29일 옥천군 이원면 용방리 마을 앞 강가에서는 폭염 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천연기념물 금강의 어름치가 사라진 지 10년만에 다시 금강을 찾게 된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모여든 동네 사람들은 강가를 이리저리 돌며 마치 자식을 기다리듯 방류될 어름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름치가 도착하기에 앞서 주변을 둘러보니 금강수계답게 강은 폭이 넓었으며 깊은 수심을 보이는 안쪽과는 달리 강가는 온통 자갈밭이었다. 멀리서 보아도 한국의 전형적인 산세와 수세를 보여주고 있어 오랜 세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수영도 하고 놀면서 어름치도 많이 잡았는데 10년 전쯤부터는 어름치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용방리 이장은 "물이 오염돼 어름치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3∼4년 전에 방송국에서 이곳에 빙어가 산다는 보도를 보고 어름치도 살 수 있겠다 싶어 어름치 인공방류를 통한 복원을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조금 늦게 어름치가 도착했다. 경기도 가평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에서 공수된 새끼 어름치는 태어난 지 2달 된 1만 마리와 1년생 어름치 100마리, 그리고 알을 낳은 엄마 어름치도 함께였다. 수조에 실린 어린 새끼들은 몸 전체에 분홍빛을 띠고 있었고 등 위로 몇 개의 점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성체 어름치는 금빛 지느러미에 점박이 무늬를 뚜렷하게 띠며 멋진 유영을 하고 있었다.

어름치를 구경하던 동네 사람들은 '얼룩 동사리'를 닮았다고도 하고 '눈치'를 닮았다고도 한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놈이 그놈 같은 것이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어름치는 우리나라 한강과 금강 지역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라며 "환경에 민감하고 분포지역이 국한되어 있어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설명했다.

고유종이란 특성 외에도 "다른 물고기와 달리 알을 낳아 보호하는 습성이 특이하다"면서 "알을 구덩이에 낳은 뒤 입으로 모래나 자갈을 물어다 집을 짓는데 마치 탑을 쌓은 것처럼 보여 이를 산란 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금강 어름치는 1972년 천연기념물 238호로 지정되었다가 점차 개체 수가 줄어들자 1978년 천연기념물 259호로 확대 지정했다"고 들려줬다.

금강에서 어름치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이 박사는 "어름치는 다른 물고기완 달리 먹잇감이 다슬기와 재첩"이라며 "투망으로 다슬기를 잡는 불법이 자행되며 다슬기가 사라지게 되고 또 투망으로 산란탑이 무너지며 어름치도 사라지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30년전 금강 지역 일대가 건천이 되었다는 조사가 있었다"며 "건천으로 생물들이 멸종되며 다시 나타나지 않은 것도 금강에서 어름치가 사라진 결정적 요인"으로 내다 봤다.

이어 "금강수계는 어름치가 살기 좋은 생태적 환경과 풍부한 먹잇감이 있는 곳"으로 "금강에서 지속적인 어름치 복원사업이 진행된다면 3∼4년 이내 어름치 스스로 알을 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마솥더위 속에 치른 방류식이었지만 희끗한 머리를 한 어른도, 고사리 손으로 방류에 참가한 꼬맹이들도, 어름치가 금강에서 잘 적응해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도록 기원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들 나름대로 추억으로 가슴에 안겨준 어름치. 사라진 10년 세월이 강퍅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자연의 감성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 어름치 방류 "강에 씨 뿌리는 것"

인터뷰/ 이완옥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

2000년부터 기술개발… 현재 완벽한 복원 성공


10년이란 세월을 되돌리며 복원을 추진한 금강의 어름치는 한 어종의 부활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어름치가 환경지표종이란 사실 외에도 어름치가 산다는 것은 강이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울과 소에서 사는 어종이라 자연하천의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까닭에 하천의 원형을 살리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완옥(사진) 박사는 "어름치는 특이하게 하천의 중류를 서식지로 하고 있으며 물이 깨끗하고 자갈이 있고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특징"이라며 "어름치는 산란 탑을 쌓는 장소가 대부분 여울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자연형 하천이 중요 서식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어름치 방류는 "강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전제하고 "차가운 온도에서 자라는 어름치의 생존율은 50%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이면서 우리나라 고유종으로는 유일한 어종이 어름치라고 강조한 이 박사는"1980년 이후에는 발견된 예가 전혀 없었다"며 "복원 연구는 2000년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가장 완벽한 복원 성과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흔히 물을 생명이라고 말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생명의 근원은 물이다. 따라서 물이 모여 흐르는 강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모태인 셈이다. 돌 틈 하나도 생명이 자라고 모래알 사이에도 생명은 커 간다. 대운하 건설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몇 달 전을 떠올리며 강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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