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문백전선 이상있다
26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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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81>
글 리징 이 상 훈

"우리 몸에 매우 좋은 것이니 한번 먹어 보게나"

"그런데 이게 뭔가 붉으죽죽한게 팥죽은 아닌 것 같고."

장산이 종지 안에 들어있는 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정에게 물었다.

"으응. 그건 우리 남자들의 몸에 상당히 좋은 것이니 밥에 넣어가지고 골고루 섞이도록 싹싹 비벼보게나."

장산은 대정의 말에 따라 종지 안에 들어있는 걸 숟가락으로 퍼서 밥에 넣고 골고루 싹싹 비볐다. 그러나 막상 그걸 입에 넣고 먹으려하니 냄새가 아주 고약해서 입맛이 싹 달아나 버렸다.

"어허! 일단 먹어 보라니까. 나처럼 이렇게 말일세."

대정은 이렇게 말하고는 방금 비볐던 밥을 입 안에 또 집어넣고 맛있게 우물거리며 먹었다. 장산은 자기 비위에 거슬리긴 했지만 대정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또 그의 성의를 생각해서 자신도 한 숟가락 떠서 입 안에 넣었다. 그러나 장산은 그걸 먹는 동안 내내 찝찝한 기분을 영 떨칠 수가 없었다.

"장산 어떤가 그런대로 먹을 만하지"

대정이 주모가 가져온 술 한 잔을 장산에게 따라주며 말했다.

"으음. 몸에 좋은 거려니 생각하고 억지로 먹기는 했다만. 대체 이게 뭔가"

장산은 대정에게서 받은 술을 입가심 하듯이 홀짝홀짝 마시면서 다시 물었다.

"여자의 몸 안 깊숙이 있는 것인데 한 달 쯤 되어 밖으로 나오는 아주 희귀한 것이지."

"아, 난 또 뭐라고. 으응 가, 가만있자. 그럼. 여자의 달거리 피란 말인가"

"응. 사람들이 그걸 보통 X경이라고도 부르던가"

"으으윽!"

장산은 그의 말을 듣고 방금 먹었던 것을 몽땅 다 토해내고만 싶었지만 그러나 그의 위신을 생각하고 또 앞으로의 큰일을 위하여 억지로 꾹꾹 참아야 했다.

"염려 말게. 내가 왜 못 먹을 것을 자네에게 권했겠나 가끔 이런 걸 술에 조금씩 타서 마시거나 밥에다 직접 비벼먹음으로서 남자의 원기가 한층 솟아오르게 된다네."

외눈 하나 꿈쩍도 않은 채로 말하는 대정의 태도에 장산은 참으로 어이가 없고 또 기가 막혔다. 외간 여자의 달거리 피를 억지로 먹여놓고도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굴 수 있다니. 도대체 저게 사람이야 뭐야. 속이 느글거리고 메스꺼워 지는 것이 오장육부까지 입으로 죄다 토해내도 시원치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장산은 간신히 참아가며 다시 물었다.

"자네가 방금 한 얘기. 어느 의술 서적 속에 나오는 건가 여자의 달거리 피에 밥을 비벼서 먹으면 남자의 원기가 왕성하게 된다는 내용이."

"으음. 내가 소싯적에 문자를 많이 깨우치지 못해 어려운 의술 서적들을 읽어볼 수는 없다만 그러나 죽은 우리 마누라가 살아생전 내게 자주 들려주던 얘기라네. 부부간의 금슬을 좀 더 돈독하고 끈끈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여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더럽다 생각하지 말고 아낌없이 쪽쪽 빨아 먹을 수 있는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말일세. 그래서 그런지 우리 마누라는 물놀이 가서 죽기 바로 전날까지도 내 그것을 전신 목욕시키듯이."

"아, 알았네! 제발 그, 그만하게나."

장산은 손을 가로 내저으며 대정이 하려는 다음 말을 얼른 막았다. 그가 이어서 하려는 말이야 너무 뻔한 것. 그나저나 장산은 속으로 부아가 크게 치밀어 올랐다.

'아니, 제까짓 것들이 왕년에 얼마나 변태스럽게 놀았는지는 몰라도 왜 애매하고 엉뚱한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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